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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권혁주 주교, 폭우와 산사태로 터전 잃은 신자들 위로

4차산업행정뉴스 기자 입력 2023.07.29 10:02 수정 2023.07.29 10:17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 송두리째 잃어
산사태로 주택 완파돼 목숨 잃기도

 

 

경북 봉화군 법전면에서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왼쪽)가 수해 피해를 입은 춘양본당 신자를 위로하고 있다./가톨릭신문 사진제공

 

[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최근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는 산사태와 침수 등을 일으키며 전국 곳곳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고 일부 신자가 안타깝게 희생됐다, 

 

특히 많은 이들이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참담한 피해 현장을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와 안동교구 수해 피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학록 안셀모 신부) 위원들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춘양본당(주임 황재모 안셀모 신부)과 수해 피해 현장을 방문했다.

권 주교 일행이 먼저 찾은 곳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서동리의 한 야산 중턱. 춘양본당 소속 신자 세레나씨가 산사태로 인해 안타깝게 숨을 거둔 곳이다. 현장은 아직 복구의 손길이 닿지 못해 사고가 났던 당시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세레나씨의 작은 전원주택이 있었던 자리에는 막대한 양의 토사와 잔해만이 가득했다. 현장에서는 고인의 유품으로 추정되는 나무 십자가가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60대 초반이었던 고인은 10년 전 남편과 함께 귀촌해 작은 전원주택을 꾸려 살고 있었다. 슬하에 자녀는 없이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이후 홀로 남게 된 세레나씨는 춘양본당 신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됐고 지난해 성탄에 세례를 받고 신앙인이 됐다. 본당 신자들은 ‘늦게 신앙을 갖게 됐지만 그 누구보다도 신앙에 열심이었다’고 고인을 기억한다.

춘양본당 인근 지역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귀농·귀촌하는 신자들이 많아졌다. 그런 이유로 지난 2010년 공소에서 본당으로 승격한 것이다. 권 주교 일행이 찾은 춘양본당 신자 쿠네군다씨도 10여년 전 봉화군 법전면에서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산비탈에 생활용 컨테이너 2개 동을 지어놓고 농작물을 재배하며 살아오던 중 이번 폭우로 인해 한쪽 컨테이너가 무너져 내렸다. 다른 쪽 컨테이너에서 잠을 자던 쿠네군다씨는 가까스로 생명은 건질 수 있었지만 삶의 터전을 잃고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입어 충격 속에 나날을 보내야 했다.

피해 현장을 둘러본 권혁주 주교와 비상대책위원들은 “교구 차원에서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 돕겠다”고 도움 의지를 밝혔다. 권 주교는 “우리 모두 함께 이 아픔을 견뎌낼 수 있도록 특별히 기도 중에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경북 봉화군 봉성면 우곡리 우곡성지 인근에 있는 한 사과 과수원에서는 포항시새마을회(회장 이상해) 측이 봉사대를 꾸려 50여 명이 농가와 창고를 복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함께 봉사에 나선 봉화본당 신자 최기영(미카엘)씨는 “수해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도 많이 드리고 있지만, 작은 힘이라도 직접 보태고 싶어 봉사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들에 대한 따뜻한 지원의 손길은 신자·비신자를 구분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충북 괴산군 감물면 잉어수마을

“새벽에 폭우로 강이 넘쳐 피난가라는 방송을 듣고 휴대전화만 들고 뛰쳐나왔습니다. 오랫동안 정성들여 쓴 성경필사랑 성모상을 못 챙긴게 한이 되네요.”

충청북도 괴산군 감물면 이담리에 살고 있는 최경순(소피아·81)씨는 지난 7월 15일 새벽 5시경, 집중호우로 목도강이 범람했다는 소식을 듣고 맨발로 집을 뛰쳐나왔다. 날이 밝고 물이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집을 보고 최씨는 망연자실했다. 무릎 높이까지 찼던 물이 빠진 집은 온통 뻘밭이었고, 거실에 있던 냉장고는 쓰러져 있었다. 애지중지하며 안방 화장대 서랍에 보관했던 가족 사진과 성경책, 성경 필사본은 물에 젖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스물 한살에 여기로 시집와서 60년 넘게 살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강변이니 장마 때면 물이 넘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집까지 들어와 모든 것을 쓸어간 것은 처음입니다.”

최씨가 살고 있는 이담리 잉어수마을은 마을을 둘러싼 산 아래로 목도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지난 7월 13일부터 며칠동안 쏟아진 집중호우로 괴산댐이 넘처 흐르면서 비피해가 컸던 잉어수마을은 아름다움을 잃고 흙빛으로 뒤덮였다.

집중호우로 범람한 강물이 들이닥쳤던 최경순씨의 집. 가구와 장판을 모두 들어낸 집안에서 최씨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담리가 속해있는 충북 괴산군은 지난 1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21일 찾은 잉어수마을은 수해복구가 한창이었다. 집 앞 마당마다 비에 젖은 이불과 그릇이 널려있고, 다리가 부러진 의자와 식탁, 수명을 다한 전자기기가 쌓여있다. 

 

곧 수확을 앞두고 있었던 괴산의 특산물인 찰옥수수는 물살에 휩쓸려 모두 바닥에 누워 있었다. 일주일새에 모두 말라버린 옥수수는 상품가치가 없어 애물단지가 됐다. 농부가 공들여 키운 인삼은 모두 물에 쓸려내려가 밭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

며칠 동안 봉사자와 군인들이 열심히 복구를 도운 결과 최씨의 집을 뒤덮은 진흙은 어느 정도 청소가 됐지만, 몇 달간은 집에서 생활하기 어렵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마을 사람 대부분은 임시대피소에서 생활하지만 최씨는 잠잘 때를 제외하고 집을 지키고 있었다. 비가 그치고 찾아온 폭염으로 집안은 푹푹쪘지만 최경순씨는 장판과 집기를 모두 들어낸 방 안에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 벽에 걸린 십자고상을 바라보며 내내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다.

“60년 넘게 살았던 터전을 잃고 나니 기가 막히고 죽고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묵주기도를 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예수님에게 매일 살려달라고 기도를 드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는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겨우 힘을 냈지만 내년 여름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살아갈 희망이 없을 것 같습니다.”/출처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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