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 이용우 국회의원, 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녹조 독소의 인체 유입 연구에 대한 1차 검출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여름을 넘어 봄과 가을까지 녹조 현상이 심화되며 매년 대규모 녹조 창궐이 반복되고 있고, 해외의 각종 연구에서 녹조 독소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녹조 독소의 위험성에 대해 부정하며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와 민간 전문가는 실증적인 조사를 통해 국내 녹조 독소의 위험성을 분석하면서, 그간 국내 농산물에서의 녹조 독소 축적과 공기 중(에어로졸)에서의 녹조 독소 검출 등을 밝혀냈다.
녹조 사회재난이 현실에서 드러났다. 그동안 국내외 수많은 전문가와 전문환경단체가 우리나라 강과 호수의 녹조 대발생에 따른 환경 재앙을 우려해 우리 강의 고유성 회복 방안을 제시했다.
국제적 추세도 강의 흐름 개선 등 자연성 회복이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적응과 완화를 위한 주요 해법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4대강사업으로 수질과 생태계가 개선됐다’라는 비과학적 주장으로 국민을 기만하면서 낙동강 등에서 벌어진 심각한 녹조 문제의 본질을 외면했다.
오늘 우리는 사람 콧속에서 남세균 독소 유전자가 검출되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낙동강 인근 거주 주민과 농민, 낙동강 현장 활동가와 어업종사자 대상 조사 결과 2명 중 1명꼴로 콧속에서 유해 남세균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 조사 결과는 마이크로시스틴과 같은 독소를 생성하는 유해 남세균의 인체 유입 증거이자 국가가 방치한 녹조 문제가 사회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8개 콘크리트 보가 들어선 낙동강은 현재 흐르지 못해 참극을 겪고 있다. 그 결과는 당장 매년 반복되는 대규모 녹조 창궐로 이어졌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 분석에 따르면, 역대급 더위가 몰아친 지난 8월, 보 수문을 개방해 강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금강 세종보 구간의 총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0.48 bbp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강의 흐름이 막힌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물놀이 금지 가이드 라인(8 ppb)의 1,875배에 해당하는 15,000 ppb였다. 단순하게 비교할 때 흐르는 금강과 흐르지 못한 낙동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차이는 31,250배에 달했다.
유해 남세균이 만들어 내는 대표적인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MC-LR)은 만성 노출 시 청산가리 6,600배에 이르는 독성을 가졌으며, 소량이라도 생식독성을 띠고 있어 미국, 프랑스 등에선 기준을 엄격히 정하고 있다. 대규모 녹조 창궐 자체가 물속 산소 고갈 등 수생태계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여름 검출된 낙동강 유해 남조류 세포수도 경악할 수준이었다. 8월 말 낙동강 하류 대동선착장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 당 16,560,000셀(cell)로, 환경부 조류 경보제 상의 ‘대발생’ 기준인 1,000,000셀의 16.5배에 달했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되는 대규모 녹조 창궐과 고농도 녹조 독소 발생에 따라 우리 밥상에 오르는 쌀, 무, 배추 등 농작물에서 2022, 2023년 연속해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고, 어패류에서도 나왔다.
수돗물에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음용수 임시 가이드 라인을 초과하는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초미세먼지처럼 녹조 독소가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한다는 사실도 연속적으로 확인됐다. 낙동강에서 각각 1.1km와 3.7km 떨어진 아파트 실내에서도 녹조 독소가 검출되기까지 했다.
윤석열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됐다’라는 국민 기만책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와 전문환경단체가 실증적으로 분석한 조사 결과를 모두 부정하고 있다. 낙동강 등 본류에서 일부 구간 저농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될 뿐 수돗물, 농수산물, 공기 중에서 모두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지난 3일 환경부는 금강, 낙동강 측정 결과 공기 중 녹조 독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 발주 용역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는 녹조 독소 에어로졸의 위해성이 높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공기와 먹거리 등 우리 환경 곳곳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내외에서 학술적으로 이미 검증이 끝났다. 지금도 이를 증명하는 수많은 관련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낙동강 주민 비강조사(콧속조사)’ 연구 책임자인 계명대 동산병원 김동은 교수는 “에어로졸 형태의 남세균이나 독소가 호흡을 통해 코로 들어올 경우 급성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기존 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성인 하루 물 음용 권장치는 2리터지만, 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는 공기의 양은 1만 리터가 넘는다. 이 때문에 미국 마이애미 의대 한 전문가는 녹조 에어로졸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 파키슨병 같은 질환 유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녹조 에어로졸을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러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해외 연구에서는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에어로졸에서 더 많은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도 유독 윤석열 정부만 이러한 녹조 재난 현상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고인 물이 썩는다’는 상식과 국내외에서 증명된 녹조 문제를 부정하면서 국민건강과 안전이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그에 따라 ‘녹조라떼’라는 신조어가 낙동강에서 만들어진 지 벌써 13년이 됐지만,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낙동강 유역 시민사회가 ‘낙동강 녹조 재난 국회청문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운동에 돌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젠 국회가 나서야 한다. 우리 강이 아프면 사람이 병든다는 것도 당연한 상식이다. 우리 강을 존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선 오염 물질 총량 관리 강화와 함께 강의 흐름을 회복하는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 강을 위한 상식이 결국 우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상식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절대 망각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