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김국우논설위원] 한국은행은 10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하는 베이비컷을 단행했다. 이로써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올려 통화 긴축기조 이후 3년2개월 만에 완화정책으로 전환해 글로벌 ‘피벗(통화정책방향 전환)’대열에 합류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을 포함, 13차례나 동결되며 1년 9개월 동안 변동 없이 계속됐다. 기준금리는 인상된 기간보다 동결이 더 길었다는 얘기다. 결국 한은이 경제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로 분기기준 2022년 4분기 (-0.5%) 이후 1년 6개월만의 역성장이다. 3분기GDP 증가율도 0%대 초반의 저성장을 전망했다. 민간소비(-0.21), 건설투자(-1.1), 설비투자(-2.1) 등 내수부진에다 수출증가율도 아직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에 쏠려 있어, 경기 부진의 우려가 커졌다.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6%로 한은의 목표치인 2%를 하회 했다. 이렇게 물가와 경기 측면에서 금리를 내릴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이번 금리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1.5%에서 1.75로 다시 벌어졌다. 미국연준(FED)은 지난달 빅컷(0.5%) 단행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하락하다가 1345원대로 최근 다시 반등했다.
미국 고용지표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경제지표는 호전되었다. 중동지역 전쟁리스크 확대로 달러강세와 국제유가는 상승세였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과 은행권 자체 규제로 신규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줄어들며 소폭 감소한 상태이다.
오름세였던 서울 수도권 부동산 가격도 주춤해졌다.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폭만큼 떨어지게 되면 한은의 추정대로 가계대출자의 이자부담은 연간 3조 원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이 여유자금 일부는 내수로 연결돼 경기회복에 긍정적 효과를 줄 수가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발표 이후 11일 코스피 지수가 2600선을 회복했다. 전날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에 관련 서점과 출판사의 예스24, 한세예스24홀딩스, 삼성출판사 등의 주가도 큰 폭 상승했다. 3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보다 4.3bp(1bp=0.01%포인트) 내린 연 2.919%를 기록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향후 외환 안정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향후 금리 인하 속도는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며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인하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한은이 밝혔다. 시장의 반응도 중요하다.
미국 금리인하는 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글로벌 경제의 연착륙에 주목하되 미국 대선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한 선제적 정책 결정과 경각심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2000년 이후 닷컴버블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는 모두 미국금리 시기에 발생했다.
미·중은 갈수록 대결적 경쟁 구도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미국 국채 값은 올라 중국은 채권을 팔게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들이다.
정책결정에선 투명성과 일관성, 신뢰성이 필수적 요소이다,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길은 혁신과 개혁뿐이다. 기술 혁신을 통해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과거 외환위기 때의 고통스러운 개혁을 실행한 경험을 본 받아 지금은 뼈를 깎는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집값 상승세가 다소 둔화한 것도 한은의 금리 인하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과 집값 급등 위험의 뇌관은 제거되지 않고 있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 진작을 위해서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가계빚과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딜레마이다. 9월 말 기준 예금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35조7000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달보다 줄었지만,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하루 평균 3934억원으로 역대 최대이다. 아파트 거래량과 상승폭도 줄었지만, 오름세가 꺾이지 않은 지역이 여전히 많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연내 추가 금리인하 전망이 어려운 이유다.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고, 가계대출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져야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가 금리 인하도 충분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