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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년간 800만마리, 녹색연합 저감활동에 나서

서정용 기자 입력 2024.10.14 18:22 수정 2024.10.14 18:39

-6년째 진행중인 녹색연합 유리창 새 충돌 저감 활동…전국 각지서 시민 30여명 모여
-유리창 새 충돌 건수 기록률 전국 2위 충청남도에서 진행
-개정 야생생물법 시행 1년 넘었지만…무관심 속 피해 여전

 

 

        인공구조물에 부디쳐 폐사된 큰오색딱다구리./사진 녹색연합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8년도에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약 800만 마리, 하루 평균 약 2만여 마리의 새가 사람이 만든 인공구조물인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

 

 녹색연합은 문제를 인식하고 2019년부터 ‘새친구’ 캠페인을 통해 유리창 새 충돌을 줄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 10월 12일 토요일 충청남도 태안군 77번 국도 남산교차로 인근에서 수십명의 ‘새친구’와 함께 176개의 투명 방음벽에 새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했다. 


‘새친구’는 녹색연합이 6년째 진행중인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저감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전 날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관리연구실장과 함께 녹색연합이 진행한 온라인 사전교육을 수강한 시민들은 현장에서 더욱 의기투합했다. 이번 ‘새친구’ 9기 현장 활동에는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전북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 30여명이 함께 했다.

현장 활동 전 날인 11일에는 녹색연합과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관리연구실장이 함께 ‘새친구’ 9기를 대상으로 온라인 사전교육을 진행했다. 교육에서 김영준 실장은 “불행히도 새는 토마토도 돌멩이도 아니라, 유리창을 더럽히지도 깨뜨리지도 않는다”며 "이러한 새들의 조용한 죽음에 기대 우리는 여전히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유리창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공구조물을 생태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쌓인 데이터로 그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며 개인이 기록하는 자료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강의 끝에는 “인공구조물에 충돌하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법은 이미 마련되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지 않는 정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여러분의 기록”이라고 또 한번 개별적인 기록들이 모였을 때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강조하며 마무리했다.

12일 ‘새친구’ 9기 현장 활동이 진행된 충청남도는 전국에서 유리창 새 충돌이 두 번째로 많이 기록된 지역이다. 

 

 녹색연합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충청남도 태안군 77번 국도에서 새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했다. 약 2시간 30분만에 새친구 9기는 남산교차로에서 진산2교차로까지 이어지는 투명 방음벽 총 176개에 충돌 저감 스티커 부착을 완료했다. 그 과정에서 오색딱따구리, 참새 등 이미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어있는 세 마리의 야생조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9월 6일 녹색연합 활동가 2인이 진행했던 부착 예정지 사전 모니터링에서는 4마리의 야생조류 사체를 발견한 바 있다. 1km 남짓, 걸어서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서 한 달 새 발견한 충돌 수만 7건이다.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애쓰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죽음이다. 이러한 죽음은 걸음마다 지금도 소리없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오색딱따구리의 사체를 본 시민들은 탄식하며 “우리가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사전에 진행된 온라인 교육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배운 참가자들은 사체의 사진을 찍어 자료로 남겼다. 배운대로 ‘네이처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 충돌 사체를 기록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네이처링은 시민과학으로 우리나라 생태계를 지키고자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2018년 개설된 미션인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에는 유리창 새 충돌 문제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록을 모으고 있다.

개정 야생생물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농촌과 도심을 불문하고 새 충돌 문제는 개선될 기미가 없어 보인다. 올해 6월 녹색연합은 야생생물법 개정 1년을 맞아 서울시내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유리창 새 충돌 저감 조치 시행에 관한 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실제 저감 조치를 위해서는 저감 스티커 구매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인력에 드는 비용을 제외하면 충돌 저감 방지 스티커가 필요 예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경부의 『2024년 건축물·투명 방음벽 조류충돌 방지 테이프 지원 사업』을 신청한 자치구는 관악구청 1곳에 불과했다. 

 

지원 사업 자체를 몰랐거나 지원규모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신청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민간의 자발적 확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민간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쉽게 가보기 어려운 도로의 방음벽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건물 아래에서도 새 사체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유리창으로 뒤덮여 매 초 새들이 죽어가는 건물이지만, 발견하는 것보다 안 보이게 없애는 이들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녹색연합에서 유리창 새 충돌 저감활동을 담당하는 김선아 활동가는 “생명보다 인간의 심미나 편의가 언제까지고 우선될 수는 없다”며 “작은 새들의 조용한 죽음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하는 일은 야생동물 보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결국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살 것인가 하는 물음과 연결된다”고 유리창 새 충돌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1991년부터 야생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지키는 활동을 이어온 녹색연합이 6년째 유리창 새 충돌 문제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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