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기자히견 자료사진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샌드위치 판넬로 인한 대형화재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2020년 4월 3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정부는 샌드위치 판넬에 대한 성능시험 및 관리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1월 충남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경실련은 반복되는 샌드위치 판넬 화재사고가 계속되는 원인을 규명하고자 윤종군 의원실을 통해 복합자재 품질인정 및 표준모델 등에 관한 정보를 받았다. 분석결과 샌드위치 판넬 표준모델은 상위법에 따른 규정보다 훨씬 인정이 쉬운 반면 모니터링 규정은 부재했다. 반복되는 대형화재의 원인은 부실한 제도에 있었던 것이다.

점차로 겨울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화재사고 발생 가능성도 점차로 커지고 있다. 경실련은 샌드위치 패널 관련 규정의 부실한 실태를 드러내고, 관련법에 대한 강화를 촉구하고자 한다.

샌드위치 판넬 “표준모델”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법적 근거 부재
건설현장 화재안전대책에 따라 건축자재에 대한 품질인정제가 도입됐다. 「건축법」 제 52조의5, 제 52조의6 등이 신설되어 복합자재(샌드위치 판넬 등)와 내화구조 등에 대해 난연성능 등 시험기준이 강화되었으며, 제조 단계에서부터 품질관리 기준을 준수하도록 의무화됐다.

그러자 업체들 개별로는 품질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표준모델 제도를 도입했다. 표준모델은 다수 업체가 공통으로 단체가 표준모델 인정을 신청해 샌드위치 판넬 품질인정을 취득하고 이를 개별 제조업체에 사용인증을 부여한다.

그러나 샌드위치 판넬 표준모델은 근거가 되는 상위법이 없다. 대신 국토부 고시인 「건축자재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제 10조 제5항에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기관이 품질인정자재 등에 대하여 표준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을 뿐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은 이를 근거로 세부운영지침을 만들어 표준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내화구조의 경우 국토부령인「건축물방화구조규칙」에 내화구조 표준의 법적근거가 명시되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부실한 검증체계
법적 근거도 없이 운영되는 표준모델의 검증체계는 더욱 부실하기 짝이 없다. 자재 관련 단체(이하 단체)가 건설연에 자신들의 표준모델 구조와 시방서 등을 제시하면 국토부와 건설연이 이를 심사한다. 성능시험 3회 중 불합격이 발생하더라도 2회만 합격되면 표준모델로 인정된다. 표준모델은 단체의 대표시험만으로 개별업체의 품질시험 및 인정심사 없이 제조, 판매할 수 있다.

품질인정제도는 제조 현장의 품질관리 적합성을 확인하고 품질시험 및 인정심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내화구조 표준의 경우 성능시험 4회 이상, 6년 이상 복수의 업체가 인정받은 구조 중 인정 및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성능시험이 수행된 구조로 심의를 거쳐 선정하는 등 품질확보가 가능한 구조로 까다로운 조건과 충분한 검증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건축안전모니터링 규정 부재
허술하기 짝이 없는 표준모델 운영으로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되었지만 관련 모니터링마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건축법은 건축물 관련 기준이 적정한지를 검토하는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부적합 자재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 및 점검 활동인 ‘건축안전 모니터링’은 구체적인 규정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부적합 자재 적발에 대한 절차 및 후속 조치 규정 또한 근거 마련이 부족하여 부적합 적발, 인정 취소된 업체로부터 불복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결국 감독기관은 부적합 자재 적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불량자재 유통을 막지 못하고 있다.

-복합자재(=샌드위치 판넬) 품질인정 및 표준모델 부적합 자재 적발 및 조치현황
“건축안전 모니터링 계획 및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복합자재(=샌드위치 판넬) 196건을 점검하여 부적합 판정 19건, 부적합률 약 10% 정도로 나타났으나 적합률이 높은 자재의 점검 수를 늘리고 서류점검, 재점검 수 등을 포함하여 의도적으로 부적합률을 낮추었다. 올해 점검실적은 표기되지 않았는데 “용역수행 중이라는 이유로 복합자재 점검 실적 파악이 곤란”하다고 핑계를 대고 있다.

대신 “복합자재 표준모델 부적합 자재 적발 및 조치현황”에 따르면 건축안전모니터링에 따른 적발은 단 한 건도 없으며 신고에 의해서만 3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모델에 대해서는 일시정지 및 취소조치가 적용됐다. 그러나 불량자재에 대해 교체 등을 지시하지 않아 그대로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적발된 표준모델 중 14건이 적발되어 인정취소를 받은 모델 1건은 소송을 제기하여 취소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받은 상태이다. 인정취소에 대해 집행정지가 내려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근거 규정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상태로 표준모델과 모니터링을 진행한 국토부의 무능함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계속되는 건설안전 사고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샌드위치 판넬로 인한 화재는 한 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법적절차를 준수하고 충분한 검증과 모니터링을 실시했다면 이런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가 있었기에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무책임한 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경실련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샌드위치 판넬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됨을 강력히 경고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샌드위치 판넬 표준모델 시행 즉시 중단하라!
법에 따라 건축자재에 대한 품질관리를 엄격하게 진행했다면 부적합 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부적합 업체의 생존을 우선시하고 국민의 안전은 외면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품질인정제 취지에도 맞지 않는 표준모델 운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또한 다시는 표준모델과 같은 엉터리 제도가 도입되지 않도록 책임자를 찾아 강력하게 문책해야 한다.

둘째, 샌드위치 판넬 검증 및 건축안전모니터링 대폭 강화하라!
샌드위치 판넬 표준모델이 법적 근거도 없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건축안전모니터링이 관련 규정이 없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업체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부적합 자재의 실질적인 검증 및 모니터링이 될 수 있도록 열전도도, 열방출률, 가스 유해성, 밀도, 실물모형 등을 동일 시료로 확인 및 시험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부적합 자재가 사용된 현장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 자재를 교체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국토부는 샌드위치 판넬 시험 기준완화 검토를 즉각 중단하라!
국토부는 업계의 민원이라며 샌드위치 판넬에 대한 시험방법과 판정기준을 사실상 완화하는 방안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지시해 논의하고 있다. 지금도 표준화되지 않은 표준모델 운영만으로도 불량자재가 유통되기 쉬워져 품질인정제 본래의 취지는 크게 훼손됐다. 추가적인 기준 완화는 품질인정제 본래 취지를 국토부 스스로 훼손시켜 불량자재가 유통되기 쉽도록 조장하는 것이다. 국토부는 샌드위치 판넬 시험기준 완화 검토를 지금 당장 중단해야 한다.

대형화재사고는 정부와 국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더 이상 부실한 화재안전기준과 부적합 자재로 인해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아야 한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보다는 불량자재 업계의 생존을 우려하여 관련 기준을 후퇴시켜서는 안된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현 사태를 직시하고 대책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