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지난 7월 근로복지공단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위탁업체 사회보험 가입 실태를 전수조사했지만, ‘재위탁’이라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위탁 업체 소속 택배노동자들은 수개월째 쿠팡 물품을 배송하면서도 산재·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채 일하고 있었으며, 심지어 해당 업체에서는 택배번호판이 없는 차량이 버젓이 운행을 하는가 하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박탈된 사람도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불법 영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김주영(경기 김포시갑) 의원에 따르면 쿠팡 상품의 배송을 맡은 강원도의 한 유통업체와 계약을 맺은 택배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의 택배 노동자 40명 중 산재보험에 가입된 사람은 단 3명에 불과했다.
해당 업체에서 일해 온 택배노동자 A씨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자격이력내역을 확인한 결과, 그의 산재·고용보험은 2022년 12월에 상실된 채 재취득되지 않았다. 실제로 A씨는 근로계약서는커녕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없이 근무 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7월 쿠팡 배송을 위탁받은 업체를 대상으로 처음 사회보험 미가입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4만건, 약 2만여명이 산재·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당시 쿠팡 측은 “2024년 내 분류전담인력을 100% 직고용”하겠다며 “직고용 정책이 마무리되면, 산재보험 미가입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고 근로자들의 처우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복지공단 조사 발표 후 산재·고용보험 가입률을 대폭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했다. 쿠팡CLS와 계약을 맺은 위탁영업점만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을 뿐, 이들과 다시 계약을 맺은 재위탁 영업점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쿠팡CLS-(주)모벤티스-B업체의 재위탁 구조 가장 아래에 존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당 재위탁 업체는 택배번호판이 없는 차량을 운행시키거나 화물운송 자격증이 없는 자에게 배송을 지시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 자에게 배송 지시를 했다.
김주영 의원의 지적과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업체는 급히 노동자들을 산재·고용보험에 가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위탁업체의 산재·고용보험 가입자수, 특히 노무제공자 중 가입자수는 2배나 증가했다. 재위탁업체의 노무제공자 피보험자수 또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택배노동자 A씨는 산재·고용보험에 미가입돼있다.
재위탁업체에서는 사회보험 미가입뿐만 아니라 불공정계약, 불법운영, 갑질 등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초 발표된 택배·물류사업장 노동법 근로감독 실시 결과에 따르면 대형 택배사의 위탁·재위탁 업체들을 중심으로 사업장 80%에서 노동법 위반이 적발된 바 있다.
당시에도 2차 하청업체가 상·하차 업무인력을 단순 모집한 뒤 현장관리인 없이 물류센터에 공급하고, 1차 하청 업체가 이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등 불법파견(위장 도급)을 하는 사업장이 다수 확인됐다. 택배·물류분야 재위탁으로 인한 노동법 사각지대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주영 의원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근로복지공단에 확인 결과 그 어느 기관도 이러한 재하청 구조에 대해 적극적으로 현황을 파악하거나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특히 문제가 있는 업체가 영업 중인 경우 정부나 원청이 엄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택배 현장의 재위탁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쿠팡을 넘어 택배업계 전반에 대한 사회보험 미가입 현황을 전수조사해 사각지대를 확인해야 한다”며 “사회보험 미가입뿐만 아니라 불공정계약, 갑질, 불법운영 등 재하청업체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의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며, 원청 또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