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김용태기자] 환경부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밝히며, 연간 1천 톤 미만 수입·제조되는 고분자화합물 등록 시 위해성 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 물질과 유사한 고분자화합물에 대해 어떤 기준과 근거 없이, 단순히 높은 분자량으로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낮다고 간주함으로써 기업에 독성자료 제출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다.
대표적 고분자화합물에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원인 물질 중의 하나였던 PHMG가 있다. 1991년 환경부는 고분자화합물에 대해서 독성자료를 제출토록 했다. 하지만, 1993년 고시 변경을 통해 고분자화합물의 독성자료 제출을 면제했다.
그 결과 PHMG 등록 당시(‘97년) 독성자료 검토가 생략됐다. 이로 인해,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하기까지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카펫 항균 첨가제가 가습기 살균제 용도로 판매될 수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환경부는 당시 법적 규정이 미비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법적 책임에서 비켜나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환경부가 국민의 안전보다 산업계 입장만 대변하는 꼴로,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고분자화합물의 안전 검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의 분자량이 큰 이유로 독성이 없다고 판단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도 ”분자량이 크다고 하더라도 고분자화합물이 결국 오랜 시간 분해되어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 물질로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분자화합물로 인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했고, 그에 따른 화학물질 안전관리와 예방조치가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환경부는 오히려 화학물질 안전장치를 완화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는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는 수천 명의 피해를 양산하고도 여전히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했다.
환경부에 묻고 싶다. 고분자화합물이 분자량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독성이 없다고 판단한 과학적 근거가 무엇이며, 어떠한 실험 자료로 고분자화합물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