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국회의원 |
[4차산업행정뉴스= 김용태기자] 지난 1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 중 발생한 일로 정치적 격론이 오가고 있습니다. 행정안전위원인 저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김용판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조작된 돈다발 사진을 검증 없이 사용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재명 지사와 지지자에게 모욕과 상처를 주었습니다.
저는 김용판 의원의 행위가 아무리 직무상 행한 것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의 윤리와 정치적 책임성을 크게 훼손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김용판 의원이 관련 사항에 대해 이재명 지사와 시민, 그리고 동료의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제가 더 놀란 것은 그 자리에서 보인 이재명 지사의 반응입니다.
김용판 의원이 해당 사진을 제시한 직후 이재명 지사는 “이래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장했습니다.
국감 다음날 면책특권 제한 주장은 이재명 후보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공식화됐습니다.
저는 이재명 지사와 민주당 의원들이 느꼈을 황당함과 분노를 십분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립니다.
김용판 의원 개인의 잘못된 정치 행위와 면책특권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가 어떻게 동등한 범주와 무게로 다뤄질 수 있는 지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 한 명의 정치적 문제를 빌미로 의회와 민주주의 자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면책특권 제한은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재명 지사가 비웃고 헐뜯고 있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우리 정치가 독재정권 시대에도 어렵게 유지했던 시민 대표의 보호막입니다.
면책특권이 있었기에 우리 국회는 서슬퍼런 권위주의 시대에도 독재정권을 비판할 수 있었고,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었습니다. 민주화 이후에도 5월 광주의 진실을 드러내고, 재벌권력의 비리를 드러내는 데 면책특권이 있었습니다.
시민 대표가 가지는 면책특권은 권력의 특권이 아니라 시민의 특권입니다.
권력 집단은 호시탐탐 면책특권을 없애거나 무력화를 시도해 왔고, 또 종종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삼성 X파일을 폭로했던 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적 희생자입니다.
면책특권으로 다소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면책특권으로 발생하는 문제의 크기와 면책특권이 보호하는 시민 이익의 크기는 정치적, 법적 어느 측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정도 하셨으면 이재명 지사의 억울함을 대부분의 시민이 공감하고 인정할 것입니다. 화가 난다고 민주주의까지 공격해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이재명 지사는 유력 대선 후보 아니십니까?
민주주의가 우리를 낳았습니다. 권력을 쓰는데 다소 불편하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제한하자는 주장은 수용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더라도, 우리의 공통 기반은 민주주의입니다. 지금이라도 민주주의의 기초를 허물겠다는 면책특권 훼손 주장을 거두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대처해 주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