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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경실련, 경기침체․무역적자․내수부진 극복 어렵게 할 재정준칙 법제화 법안 반드시 폐기하라

서정용 기자 입력 2023.07.01 11:15 수정 2023.07.01 11:22

- 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회복을 시도하는 세계국가들과 다른 정책노선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만 심화될 것이다
- 재정준칙 법제화 법안 찬성한 의원 22대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

 

 

                                   경실련 자료사진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지난 6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법안인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처리가 불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과 기획재정부는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이내로 유지(국가채무비율 60% 초과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에대해 경실련은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할 경우 우리 경제와 사회가 더욱 어렵게 될 것으로 국회가 해당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재정준칙은 EU 결성 당시 경제통화동맹(EMU) 체결을 위한 마스트리히트 조약(1992년)의 원칙(낮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 및 공공채무와 지출의 통제)에 기초하여, 1997년 채택된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The Stability and Growth Pact : 이하, ‘SGP’)”이 시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EU 회원국들이 합의를 통해 재정준칙을 국가채무(D2) 기준 60%로 설정한 이유는 “당시 유럽연합국가의 평균 부채비율이 약 60%를 수렴하고 있었고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며, 명목 GDP성장률을 5% 정도 달성한다는 전제하에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3% 정도로 통제한다면 GDP 대비 부채비율을 60% 수준의 비교적 안정적인 비율로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정준칙은 EU의 화폐통합 과정에서 유로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일종의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며,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 3% 이내라는 기준도 당시 EU 회원국의 평균 부채비율과 명목 GDP 성장률을 고려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재정준칙이 글로벌스탠다드라는 집권여당과 기획재정부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는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더욱이 집권 여당과 기획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의 기준은 현재로부터 약 25년 이전인 1990년대 후반 유럽 각국의 경제현실과 재정상황을 고려하여 설정된 것으로서, 고령화와 저출생 및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정치경제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도 전혀 부합하지 아니한다.

EU의 각 회원국 또한 SGP 체결 이후 시행된 재정준칙의 제약에 따른 재정정책의 재량축소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어 왔는바, 실제로 재정준칙을 시행하고 있는 국가의 대부분이 재정준칙을 거의 준수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재정준칙을 최초로 도입한 EU 회원국들 조차도 여러 가지 이유로 사실상 재정준칙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관련 긴급재난지원을 위한 지출을 ‘긴급요구사항’으로 지정하여 재정준칙의 적용을 면제하고 경기부양을 위한 패키지 재정지출을 실시하였으며 호주도 같은 시기에 국가채무 한도를 상향 조정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EU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안정과 성장에 관한 협약????에 규정된 EU 재정준칙의 적용을 제외하는 면책조항을 발효하여(2020.03.23.), 각 국가의 재정준칙에 대해서 각 회원국 의회의 승인을 통해 그 적용을 유예하였다.

이밖에도 독일과 프랑스는 2002년도와 2003년도에 각각 재정 안정성 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있으며, 2008년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EU의 많은 국가들이(2009년 2월 프랑스・스페인・아일랜드・그리스・몰타, 2009년 폴란드・루마니아・리투아니아・헝가리・독일・오스트리아・벨기에・이탈리아・네덜란드・포르투칼・슬로베키아・슬로베니아・체코, 2010년 불가리아・싸이프러스・핀란드・덴마크・룩셈부르크 등 당시 27개 유럽연합 회원국들 중 20개 국가) 재정 안정성 기준을 위반한 바 있다.

요컨대 재정준칙은 EU의 결성과정에서 유로화라는 단일화폐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으로서, 단순히 당시 각 회원국의 경제현실과 재정상황을 참고하여 국가채무 및 재정지출 수준을 통제하는 기준을 설정하였을 뿐이고, 심지어는 약 25년간 대부분의 회원국들도 준수하지 않는 정치적 산물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코로나 팬데믹에 이은 러-우 전쟁 및 미-중 패권경쟁에서 비롯된 세계적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집권여당과 기획재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현실화되는 경우 국가의 재정투자를 제한하고 재정투자에 대한 예외성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궁극적으로는 재정정책이 소극적이고 경직된 재정정책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재정준칙 법제화’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정책과 조세정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과 대응을 권고하고 있는 OECD의 정책보고서와는 상반된 것으로서, 2023년 현재까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에서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21세기 진입 이후 급격한 인구감소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저출생 및 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의 증가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미-중 패권경쟁'과 그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 등으로 인해 이미 대중국 무역적자가 급격히 확대되는 등 사회적·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벌어지고 글로벌 정치경제의 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역사적 격변기에는 정부와 재정의 역할이 선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시장은 이러한 비상상황으로 인해 외부로부터 전이되는 급격한 변화와 충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그러한 상황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정부는 집권 이후 현재까지 글로벌 정세에 대한 오판에 따른 무역적자와 ‘재벌 대기업과 자산가’에 대한 감세로 인한 세수감소 및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인상 및 공급체인의 단절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인해 ‘경기침체+무역적자+내수부진’이라는 총체적이고 회복하기 어려운 불경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소득분배율과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바, 특히 자산구조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으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6.5%와 전체 부(富)의 58.5%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소득 하위 50%는 각각 16%와 5.6%에 불과하여 국민간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준칙의 법제화’로 인해 관리재정수지 기준 재정적자규모를 3% 이내(국가채무비율 60% 초과시는 2% 이내)로 묶어두게 된다면, 작금의 ‘경기침체+무역적자+내수부진’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설령 집권 여당과 기획재정부의 주장처럼 미래의 인구감소와 그에 따른 재정지출 확대 등을 고려하여 과도한 재정지출을 억지하기 위한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긍정하더라도, 현재의 글로벌 정치경제 동향이나 우리나라가 처한 경제상황 등에 비추어보면 ‘재정준칙의 법제화’는 결국 우리나라의 경제와 사회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전술한 것처럼 세계 각국은 대전환 시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자국의 핵심산업과 국가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IRA나 CRMA 등의 법안을 마련하여 정부주도의 보호무역체제로 회귀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재원은 대기업과 자산가에 대한 증세를 단행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통하여 조달하고 있다. 

 

예컨대 자유무역체제의 선도국인 미국도 대전환기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막대한 재정지출을 단행하고 있는바, 그에 필요한 재원조달을 위하여 대기업과 자산가에 대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와 국가부채한도 증액을 추진하는 등 대기업과 자산가에 대한 감세 및 재정준칙 법제화를 통한 정부지출 통제(삭감)을 시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는 정반대의 정책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집권여당과 기획재정부는 철지난 신(新) 자유주의자들의 '규제철폐'와 '낙수효과'에 기대어 시장의 자유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재정능력을 담보할 수 있도록 조세부담의 여력이 있는 재벌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바람직한 증세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보편적인 재정정책'을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Covid19와 러-우 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단절 등에 기인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로 수년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상공업자와 저소득계층에 대하여는 적정한 수준에서 조세부담을 완화하고 가처분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조세정책과 재정정책을 세밀하게 수립하여야 한다. 

 

이러한 정책조치는 작금의 글로벌 정치·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중장기적으로 인구감소에 따른 재정지출에 대비한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는바, 이는 또한 '시민국가인 대한민국의 존재이유'이자 그 '주권자인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위정자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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