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도 참사 현장 |
[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전국에서 충복 오송 궁평2지하차도보다 지하구간이 긴 차도는 모두 60곳으로 집계된다. 이 중에는 세종시 새름동 사오리지하차도(1.8km), 용인시 수지구 상현지하차도(1km) 등처럼 지하 구간이 1~3km씩 되는 곳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오송지하차도는 청주 옥산에서 오송읍·세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총 길이 685m, 지하 터널 길이는 436m, 높이 4.3m의 왕복 4차선 도로다. 50㎝까지 침수를 감지하면 경보를 알리는 수위계, 분당 3톤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도 4개가 설치됐다. 시간당 최대 83㎜의 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사고 발생할 때는 어떤 것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달 15일 오전 8시40분 미호강 임시 제방이 터지면서 지하차도에는 2~3분 사이에 물 6만톤(t)이 쏟아졌다. 미호강은 차선 확장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제거하고, 임시 제방을 쌓아둔 상태였다. 수위계 경보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고, 배수펌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배수펌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내·외부 배전반이 모두 고장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제진 전남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배수펌프는 일정한 양의 물이 유입되면 자동으로 이를 퍼내는데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물이 차오르는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은 워낙 단시간에 다량의 물이 쏟아졌고, 그것도 낙엽, 토사 등이 섞여 있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펌프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하차도 배수펌프 문제는 참사 때마다 반복된다. 2020년 7월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참사도 분당 20톤 용량의 배수펌프 3대가 있었지만, 시간당 80㎜ 폭우에 감당하지 못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시기 대전 동구 판암동 소정지하차도에도 배수펌프가 3대 설치돼 있었지만, 배전반이 침수되면서 작동하지 않았다.
지하차도를 포함해 지하공간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하차도뿐 아니라 지하터널, 지하고속도로 등 지하공간에 대한 공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땅꺼짐(싱크홀) 관련해서 세웠던 지하안전법처럼 지하공간 전반에 대한 안전체계를 재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6~9월 범정홍수기에는 제방을 건드리는 공사를 하면 안 되는데 이에 대한 관리가 소홀했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호우가 예보된 상황에서 충분히 지하차도를 통제할 수 있었는데 재난대응체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번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섰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번 사고에 대해 우리 정부의 여러 감찰 계통에서 깊이 있게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체 시스템에 문제는 없었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시 사고 책임에 대한 대통령의 문책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