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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보호법으로 재개발이 슬럼화된 서울시 송파구 풍납동 주택가 |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절차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속도를 높이고, 1~2인 가구에 맞는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는 풍납동 모아타운에 적용되는 건축 규제를 풀어 대단지 신축 물량을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5호선 천호역 주변 풍납1동에 세워지는 모아타운의 건축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모아타운은 서울시의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이다. 모아타운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절차도 줄여 5년 내 입주하도록 했다.
풍납1동 모아타운은 SH 서울주택공사가 참여하는 '모아타운 공공관리 시범대상지' 중 하나다. 풍납동 483-10번지 일대 4만6687㎡ 부지에 들어선다. 이 사업은 당초 이중규제를 받아야 할 형편이었다. 풍납토성으로 인한 문화재 주변 높이 제한이 첫 번째 걸림돌이었다. 풍납토성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1호다.
서울시는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건축물 높이를 제한한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조치다. 문화재와 경계 지점에서 '앙각'(올려다본 각도·仰角) 기준으로 27도 이내로만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그래서 풍납토성과 가까운 데 지어질 모아타운 아파트는 6층이 한계였다. 토성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사선 모양으로 층수를 높여 15층까지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규제가 또 발목을 잡았다. 모아타운 부지 바로 옆에 있는 올림픽대로가 원인이었다. 서울시는 올림픽로변을 주변 경관을 관리하기 위해 '조망가로 특화경관지구'로 지정한 바 있다. 지구 내 건축물 높이는 6층으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풍납토성 반대편도 15층까지 올라가다 갑자기 6층으로 뚝 떨어져야 할 형편에 처했다.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이 오 시장에게 이중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김규남 서울시의원이 작년 6월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풍납동 모아주택과 관련해 주민 특별공급과 함께 건축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한 게 그 예다. 서울시는 관리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조망가로특화경관지구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특별건축구역으로 만들어 20층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세대수는 기존 600여개에서 940개까지 늘어나게 됐다. 전용면적 49㎡형부터 시작해 84㎡형까지 포함돼 있다.
지역 주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풍납1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주민은 "바로 옆이 한강이고 교통도 좋은 노른자 땅인데도 재개발이 여러 차례 무산됐다"며 "빈집과 노후주택이 뒤엉켜 수십 년 전부터 슬럼화가 진행되는 바람에 하루빨리 재개발 되는 게 주민들의 바람"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모아타운이 들어서면 이 지역 주민들부터 먼저 입주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기 살던 사람들의 형편상 서울 시내 다른 동네로 이사하는 건 꿈도 못 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