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18개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이용약관을 심사하여, 필수적인 서비스 요금을 따로 받도록 구성한 조항, 추가요금과 위약금 기준을 불명확하게 표시한 조항 등 6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시정하였다.
㈜다이렉트컴즈, ㈜아이니웨딩네트웍스, ㈜베리굿웨딩컴퍼니, 제이웨딩, ㈜케이앤엠코퍼레이션, ㈜블랑드봄, ㈜마주디렉티드, ㈜하우투웨딩그룹, ㈜와이즈웨딩, ㈜위네트워크, ㈜웨딩쿨, ㈜아이패밀리에스씨, ㈜조앤힐, ㈜웨덱스웨딩, ㈜헬렌조, 한나웨딩, 365라이프앤아쌈, ㈜여행채널 등이다.
이른바 ‘스·드·메’라 불리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등의 서비스는 오늘날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스·드·메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는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이 등장하여 웨딩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결혼준비대행업체가 개별 스·드·메 업체(사진 촬영업체, 드레스샵, 미용실)들과 제휴를 맺고 소속 웨딩플래너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예비부부들이 결혼 준비 과정에서 결혼준비대행업체에 의존하는 정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개별 스·드·메 업체와 직접 접촉하는 경우가 드물고, 결혼준비대행업체와 패키지 형태로 거래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개별 스·드·메 서비스의 가격이 얼마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소위 ‘깜깜이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행태가 지적되어 왔다.
실제로 결혼준비대행업체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과반수가 결혼준비대행 서비스 및 가격 관련 정보가 불명확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소비자들이 스·드·메 서비스를 위해 결혼준비대행업체에 지불하는 금액이 보통 2~300만원에 달해 예비부부들의 부담이 큰데, 여기에 더해 ‘옵션’이라는 형태로 만만치 않은 액수의 추가요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옵션은 필수적인 항목인데도 따로 추가요금을 내야 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최근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4.2%가 결혼준비대행서비스를 이용할 때 별도로 추가요금이 부과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하였다.
이에 공정위는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사례가 많았던 18개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이용약관상 추가요금 및 위약금 등과 관련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면밀하게 심사하였다.
먼저,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은 모두 똑같이 이원화된 요금체계를 두고 있었다. 즉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스·드·메 패키지 서비스에는 사진 ‘촬영,’ 드레스 ‘대여’ 및 메이크업 서비스 자체 정도만 포함되도록 해놓고, 별도로 2~30개의 옵션을 두어 이에 대해서는 추가요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러한 옵션 중 일부는 기본 스·드·메 서비스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거나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사실상 필수적인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옵션으로 구성하여 소비자에게 별도의 비용을 청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필수옵션’ 비용 중 대표적인 것으로 사진 파일(원본/수정본) 구입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스타트비 등이 있다.
스튜디오에서 찍은 수백장의 사진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거나 모바일 청첩장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파일을 구매할 수밖에 없음(드레스 피팅비) 평소 입어볼 기회도 별로 없는 웨딩드레스를 한번 입어보지도 않고 고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움(메이크업 얼리스타트비) 가장 흔한 점심시간대 예식이라면 미용실에 7시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메이크업 시작이 9시 이전이기 때문에 무조건 얼리스타트에 해당될 수밖에 없다.
조사 결과, 소비자들도 드레스 피팅비, 사진 파일(원본/수정본) 구입비, 메이크업 얼리스타트 순으로 이들 항목을 기본적인 서비스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업자들은 이들을 필수구매항목으로 표시하는 등 스스로도 필수적인 항목이라고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요금을 이원화한 이유로 ‘기본 패키지 가격에서 제외하면 가격이 낮아보이는 효과가 있어 소비자 유인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해당 약관조항을 설계한 의도·목적에 소비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지 않은 다른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이중적인 요금체계가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의 약관에 예외 없이 담겨 통용되고 있다는 점, 필수옵션이 가격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 스·드·메 업체에게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는 반면 소비자에게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 소비자가 계약에 앞서 전체 스·드·메 서비스 비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비교하기 어려워진다는 점, 결혼이라는 중요한 행사를 앞둔 소비자의 거래상 지위가 취약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구성의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은 사진 파일(원본/수정본) 구입비, 드레스 피팅비, 메이크업 얼리스타트비를 별도 항목에서 제외하여 기본제공 서비스에 포함하는 것으로 약관을 시정하였다.
다음으로,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약관에는 옵션의 가격(추가요금)이 얼마인지, 위약금 세부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추가요금이 부과되는 스·드·메 옵션 서비스의 개수는 2~30개에 이르는데, 이러한 옵션 가격의 대략적인 범위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반면 결혼준비대행업체는 자신에게 제휴된 개별 스·드·메 업체의 가격과 자신의 수수료 수준을 모두 알고 해당 약관을 소비자에게 제시하게 되므로, 이러한 정보 비대칭 하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고 소비자에게 불리하도록 추가요금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할 능력과 유인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위약금의 경우도 ‘각 스·드·메 업체별 위약금이 발생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위약금 기준에 대해서는 표시가 없다. 위약금은 기본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소비자의 권리·의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임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장기간의 결혼 준비기간 중 여러 변수로 인해 일정을 변경하거나 거래를 취소해야 할 경우도 종종 발생하므로 그 기준을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
이에 대해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은 약관에 옵션 가격의 범위와 평균적인 위약금 기준을 명시하고, 고객이 특정 스·드·메 업체를 선택하면 구체적인 옵션 가격과 위약금 기준을 확정적으로 다시 고지하도록 약관을 시정하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스·드·메 패키지 전체 가격의 20%를 계약금으로 한 뒤, 계약 해지 시에 실제 서비스 개시여부나 귀책사유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계약금을 일체 반환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 법상 정해진 청약 철회 가능 기간*보다 짧은 기간(예: 3일 이내)에만 계약금 환불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 등이 있었다.
이러한 위약금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으로서 무효인 약관이다. 이에 대해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은 계약 체결 이후 서비스 개시 전과 후를 구분하여 위약금 기준을 합리화하고, 청약철회 기간도 법에 부합하도록 약관을 시정하였다.
그밖에 ▲고객과 개별 스·드·메 업체 간 거래에 대한 모든 책임에서 결혼준비대행업체를 배제하는 부당한 면책조항, ▲결혼준비대행계약의 당사자 지위를 양도하지 못하도록 한 부당한 양도금지조항, ▲재판관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정한 부당한 재판관할조항 등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 결혼준비대행업체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여 불공정성을 해소하였다.
이번 조치는 매년 약 40만 명에 달하는 예비부부들이 스·드·메 분야에서 가장 크게 불편을 호소하는 부분에 대하여 불공정·불합리한 거래관행 형성의 근간이 된 약관을 적극 시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사진 파일 구입비, 드레스 피팅비 등과 같은 사실상 필수적인 서비스들은 기본제공 서비스에 포함시켜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추가요금 및 위약금과 같은 중요한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표시하도록 하여 결혼준비대행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가격을 인지·비교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약관 시정은 범정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도 추진되었으며, 소비자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 조사 개시 이후 속도감 있게 심사를 진행하였다.
앞으로도 공정위는 결혼준비대행업계와 소통을 통해 시정된 약관 이행여부를 점검하는 한편, 표준약관 제정, 가격정보 공개 강화 등 결혼준비대행업 전반의 거래관행 개선을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