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브리핑에서 “서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지난여름부터 평년보다 3~4도가량 높은 추세를 이어오다 지금은 1~2도가량 높은 추세로, 아직 식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이는 “우리가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한 많은 양의 눈이 내릴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통상 겨울철 북쪽에서 온 찬 공기가 서해를 지날 때 바다와의 온도 차이(해기차)에 따라 눈을 내리게 하는 저기압이 형성된다. 그런데 올해엔 해수면 온도가 유독 높아 구름의 크기를 키우고 많은 눈을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해수면 온도는 당분간 높을 전망이라, 올겨울 포근한 날씨에도 이처럼 큰 눈이 내리는 일이 종종 있을 수 있다고 기상당국은 내다봤다.
서울 등 수도권은 이틀 동안 40㎝ 넘는 눈이 쌓였는데, 서울의 경우 적설량이 역대 겨울을 통틀어 3위를 기록했다.
수증기를 많이 머금어 무게가 많이 나가는 ‘습설’이 피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기상청은 “27일 내린 눈의 ‘수상당량비’가 10 이하”였다고 밝혔다.
강수량 대비 적설량을 뜻하는 수상당량비가 작을수록 눈은 수분을 많이 머금고 무거워진다. 흔히 ‘건설’은 -20~-10도에서, ‘습설’은 -5~0도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눈이 많이 내렸던 27일 기온은 0도 안팎이라, 눈에 수분이 특히 많았던 것이다. 케이클라이밋의 반기성 대표는 “기후변화 때문에 기온이 올라가며 건설보다 습설 비중이 높아졌다.
앞으로도 습설이 많이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겨레에 밝혔다. 같은 지역 내에서 적설량이 달라지는 ‘국지성’도 특징이었다. 서울의 경우 28일 오후 적설량이 관악구 31.4㎝, 강남구 12.4㎝로 20㎝ 차이가 났다. 기상청은 이에 대해 “고도에 따른 온도차가 눈의 양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현상 역시 “올겨울 자주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고 우 통보관은 밝혔다.
폭설을 이기지 못한 나무로 여러 사고가 난 것과 관련해선, 역대급 무더위 여파로 예년보다 늦었던 단풍과 함께 예년보다 일렀던 폭설 시기가 맞물린 결과라는 풀이도 나왔다.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에 큰 눈이 내리면서 하중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보통 습설이 내리면 잎이 단단하고 가지가 손을 벌린 형태인 소나무가 부러지는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데,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도시생태위원은 “올해 (조경수로 많이 쓰이는) 메타세쿼이아의 낙엽 시기가 늦어지며 눈을 더 많이 머금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많았다”고 추측했다.
명연호 국립공원공단 기후변화센터장은 “올해 낙엽 시기가 예년보다 2주가량 늦어졌는데 눈은 더 빨리 내린 상황”이라며, “폭설이 일주일만 늦었어도 메타세쿼이아는 잎을 다 떨군 상태라 피해가 적었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