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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흑산도공항 조감도 |
[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지역 환경단체가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철새 이동 길목에 건립될 흑산도 공항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논란의 쟁점이 과거 '지역주민이 먼저냐, 철새가 먼저냐'에서 주민과 철새 모두의 '안전'이 중요시되어 도마위에 올랐다.
-"흑산도와 홍도, 철새 80% 쉬어가…조류 충돌 확률 최고 0.1%"
흑산공항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원 68만 3000㎡부지에 건설되며 2050년 108만 명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1833억원 투입이 예정됐다. 2027년 개항을 목표로 현재 실시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흑산공항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흑산공항은 지난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는데도 공항 부지 일부가 국립공원에 포함되면서 2016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보류 결정을 받았다. 이에 신안군은 공항 예정지를 국립공원 구역에서 해제하고 인근 갯벌을 대체 지정하는 대안을 제시해 결국 승인받았다.
흑산공항의 연내 착공이 유력한 가운데 지역 환경단체가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1차 원인으로 조류 충돌 가능성이 적지 않게 언급되는 상황에서 흑산공항 건설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주환경운동연합과 전남환경운동연합은 5일 성명을 내고 "국토교통부는 흑산공항 건설을 백지화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사고 직전 관제탑의 조류 충돌 경보가 있었고 생존자 증언 등을 볼 때도 조류 충돌이 참사의 1차 원인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흑산도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에 포함된 데다가 흑산도와 홍도는 국내 철새 개체 80%가 쉬어가는 곳인 만큼 위험성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전국 14개 공항 중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발생률이 0.09%로 가장 높다는데 흑산공항의 조류 충돌 확률은 0.01∼0.1%로 무안과 비슷하거나 높을 걸로 예상된다"며 "연간 1만7천회 운항한다면 최대 17건의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참사의 조류 충돌이 최종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흑산공항에서도 조류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아 중대 사고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환경단체들은 전했다.
환경단체는 "흑산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원,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연구원 철새연구센터 등 환경부 산하 연구기관도 모두 '반대' 입장을 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국립공원 일부를 해제하고 공항 건설 계획이 심의를 통과했다"며 "세계에서 유례없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신안군 흑산도는 한반도 서남쪽 끝에 있는 '절해고도(絕海孤島)'다. 목포에서 97.2㎞ 떨어져 있다. 흑산도는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쾌속선으로도 2시간여 걸린다. 흑산도 주민들은 파도가 높을 때는 쾌속선 운항이 힘들어 응급환자 대응 등을 위해 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도서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 이동권 개선으로 지역경제 발전과 응급의료서비스 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6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단축된다.
또 교통약자인 오지·도서 지역주민과 관광객의 이동권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관광 등 산업 활성화로 인한 연간 1535억원의 생산유발효과, 645억원의 부가가치와 1189명의 고용이 창출돼 지역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흑산공항은 2009년 신안군이 흑산도에 소형기 전용 비행장을 건립하겠다며 타당성 조사용역을 추진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50인승 소형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흑산공항 기본건설계획을 2016년 8월 수립했다. 2020년까지 1833억원을 들여 신안군 흑산면 예리 대봉산 일대 68만㎡에 길이 1200m, 너비 30m 규모의 활주로 등을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공항 예정지 일대가 철새 이동로로 알려지면서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혔고, 경제성마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추진 동력을 상실하는 듯했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흑산공항 건설에 빗장이 풀린 것은 2023년 1월 31일이다.
환경부가 흑산공항 예정지를 국립공원 구역에서 해제한 것이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날 제136차 회의를 열고 흑산공항 예정지 공원해제 등이 포함된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가결했다.
이에 일부에선 대통령 공약 사업의 걸림돌을 없애려고 국립공원 해제라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이었던 흑산공항을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포함시켜 의지를 보였고, 이날 국립공원위는 공항 예정지의 국립공원 해제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