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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감사원은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 간부가 업체에 대출을 내주는 대신 자녀 취업을 청탁하고, 브로커를 끼고 수백억대 부실 대출을 승인한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고 6일 밝혔다.
-대출담당 지점장이 거래업체에 딸·아들 채용 청탁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 전 지점장 A 씨는 2016년에서 2019년까지 자신이 대출을 담당하는 업체 7곳에 딸과 아들을 채용해달라고 청탁했다.
업체 7곳이 산업은행에서 받은 대출은 총 322억 원으로, 이 가운데 86억 6천여만 원은 최종 손실 처리되는 등 부실 대출이 포함돼 있었다.
A 씨 딸은 2018년 4월부터 2021년 1월까지 회사 다섯 곳을 옮겨 다녔는데, 모두 아버지 A씨가 대출을 담당하던 회사였다.
아들 역시 A 씨가 대출을 담당하던 업체에 근무하다가 2019년 A 씨가 지점을 옮긴 이후 새로 담당하게 된 회사로 이직했다.
A 씨는 취업 청탁이 적발돼 2020년 7월 직위해제됐지만, 아들은 여전히 특혜 채용된 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지점장이 브로커 끼고 286억 대출…손실만 152억
A 씨는 대출모집인, 즉 브로커를 끼고 부실 업체에 편법으로 여러 차례 대출을 내주기도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A씨는 재직기간 중 브로커 B씨의 요청으로 정상적인 대출을 받기 어려운 업체 7곳에 총 286억 원을 대출해줬다.
이 가운데 4개 업체가 부실화해, 산업은행은 152억 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일례로 A 씨는 2018년 10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사업가 C씨가 소유·경영 중인 선글라스 수입회사와 자회사 등 업체 3곳이 총 112억 원의 대출을 받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대출이 처음 승인되던 2018년 당시 C씨의 업체는 이미 1금융권에서 70억, 2금융권에서 140억을 대출받은 상태였고, 경영악화로 인해 추가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대출브로커 B씨가 산업은행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며 지점장이던 A 씨를 소개했고, 이후 A 씨는 업체 관계자를 만나 대출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A 씨는 2020년 C씨의 업체들이 신용등급이 최하위로 떨어지고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사실을 알면서도 또다시 대출을 내주기도 했다.
A 씨는 부하 직원들에게 "대출을 빨리 진행하라"거나 "왜 이렇게 질질 끄느냐, 빨리 (대출을) 승인 안 하는 이유가 뭐냐"고 독촉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한 직원은 A 씨가 압박하자 매출 하락 자료나 대출잔액 등 업체에 불리한 자료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제외했다.
결국 세 곳 업체 모두 2020년 3~7월 경영이 악화돼 빚을 갚기 어려워졌고, 결국 산업은행은 112억 대출 가운데 103억을 회수하지 못했다.
-감사 시작되자 말맞추기 시도…'부실대출' 대가는?
A 씨는 2023년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사업가 C씨와 재무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브로커를 끼고 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라며 말맞추기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브로커 B씨가 '알선비' 명목으로 업체들로부터 챙긴 돈은 총 1억 3천만 원이었다. A 씨가 받은 대가가 있었는지는 감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C씨의 회사 재무담당자는 "역할이 미미한 브로커에게 거액의 보수를 지급한 것이 아니다"라며 "브로커에게 지급한 보수 중 일부가 A 지점장에게 전달됐을 거로 생각한다"고 감사원 감사에서 진술했다. 산업은행은 A씨에 대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6차례 '주의' 조치했다.
감사원은 "5건은 여신심사 위반, 1건은 지점장 전결권 위반인데도 산업은행 검사부는 매번 A 씨의 위법하고 부당한 대출이 단순 지침 위반이고 경미한 사항이라며 징계가 아닌 인사기록에 기재되지도 않는 주의 조치만 반복해 처분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