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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
[4차산업행정뉴스=김국우논설위원] 2013년부터 12년간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도의 정신적 지주였던 교황은 한 나라의 수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특히 프란치스코 제266대 교황은 보수적인 종교의 수장이자 정치적・외교적 영역에서 영향력이 컸다. 바티칸에서 21일 향년 88세 선종했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깊은 슬픔이었다.
AP 통신은 이날 교황청 궁무처장인 케빈 페럴 추기경을 통해 “교황은 우리에게 복음의 가치에 따라 충실한 신앙, 용기, 그리고 보편적 사랑으로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라고 가르치셨다”고 보도했다.
선종 전날인 20일 교황은 부활절을 맞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타인에 대한 존중 없이 평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은 생전 마지막 부활절 강론에선 가자지구의 반전 메시지를 남겼다. 또 이날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생전 그가 맞은 ‘마지막 손님’이 됐다.
보수적이며 전통적인 베네딕토 16세와 진보 개방적이고 청빈 소탈의 상징인 프란치스코의 관계는 2019년 '두 교황'이라는 영화로 제작됐었다.
허름한 구두를 신고 순금 십자가 대신 철제 십자가를 가슴에 걸고 소형차에 몸을 싣는 겸손하고 서민적인 교황의 모습에 세계인들은 감동했다. 또한 그는 호화로운 관저를 떠나 일반 사제들이 묵는 공동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생활하며 청빈한 삶을 몸소 실천했다.
전 세계적인 종교의 쇠퇴에서도 그는 가톨릭의 관심을 다시 일으키는 파격 행보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권위와 물욕을 버리고 몸을 낮추는 습관은 그의 삶과 연결돼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 평가다.
그는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 철도노동자 가정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스페인어: Jorge Mario Bergoglio)다. 주교와 추기경 땐 빈민촌 사목에 힘썼다. 1천282년 만의 비유럽권의 최초 신대륙 출신이자 최초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그는 2013년 가톨릭교회가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더 포용적이고 평신도 목소리를 존중해 진보적 개혁 때문에 보수진영과 마찰을 빚었고, 지난해 동성 커플에 가톨릭 사제 축복을 허용해 아프리카 가톨릭사회의 강한 반발을 샀었다. 분쟁으로 얼룩진 세계 곳곳에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보낸 종교 지도자였다.
또 다양한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갈등 해결과 상호 이해 증진에도 기여했다.
적대적 관계에 있던 미국과 쿠바의 2015년 국교 정상화에 결정적 기여를 했고, 2017년에는 로힝야족 추방으로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를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2천 년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2021년 이라크 땅을 밟아 무장테러 희생자들을 위로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에 끊임없이 평화의 목소리를 냈고,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에선 분쟁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 대전교구의 유흥식 추기경도 인사 개혁의 하나로 발탁됐다. 현재 교황 선거인 콘클라베에서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은 138명. 그는 이 중 110명을 임명했다. 베네딕토 16세와 요한 바오로 2세의 임명 추기경은 23명, 5명 정도다.
또 그는 2014년 아시아 대륙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할 정도로 한반도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개최로 그의 두 번째 방한이 기대됐으나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방한은 차기 교황의 몫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는 고인 생전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새 교황은 ‘콘클라베’라고 불리는 비밀회의에서 선출된다. 교황 궐위 시 20일 내에 시스티나 성당에서 80살 이하 추기경들이 교황을 뽑는다.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근다'는 뜻의 라틴어다. 교황을 선출할 때까지 추기경들이 모인 건물의 청동문이 봉쇄되고 모든 문과 창문도 납으로 봉인하던 관행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