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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6·3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지난 12일과 13일 대구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 다수는 아직 표를 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역대 주요 선거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표를 몰아준 대구 민심이 확정되는 속도가 늦어지면서 과거보다 유동적인 상황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대구·경북(TK) 공략에 나선 것도 이런 민심의 변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김 후보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는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었다. 동성로에서 만난 류씨는 “골수 ‘빨간색’(국민의힘 상징)인 부모님도 이번엔 국민의힘 안 찍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구 경북대 교정에서 휴식을 취하던 40대 주부 A씨는 “마음 가는 후보가 없다”면서 “뽑을 사람이 없다. 난 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역시 표심을 확정하지 못한 70대 이모씨는 “대구는 실망하면서도 국민의힘을 밀고 또 밀고 했는데, 이제 그 비율은 줄어들고, 진보가 많아진다”며 “아직은 (대구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지만 세월이 가면 보수가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주변 2030 남성들과 함께 평소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다는 김모씨(26)도 “저는 (마음 가는 후보가) 진짜 없다”고 말했다.
이런 대구 민심에는 국민의힘의 이른바 ‘후보 교체 파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김 후보 등록 직전까지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를 두고 내부 갈등을 빚은 국민의힘을 질타했다.
A씨는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한덕수를 밀어주려다 발생한 일이다. 너무 눈에 보이는 쇼 아닌가”라며 “요즘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런 식으로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자기 욕심만 차리다가 국민의힘이 이재명 떠받들어준 셈”이라며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 김모씨(57)는 “내 나이 60이 다 돼서 처음 본 광경”이라며 “그렇게 판을 깐 지도부가 문제다. 한덕수를 후보로 세울 생각이면 경선에 나오게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대 24학번 B씨는 “당 지도부가 ‘바지사장’ 세우려다 안 된 것 아닌가. 제2의 윤석열 느낌”이라며 “헛짓거리하다 시간 다 쓰고, 국민의힘이 또 국민의힘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류씨는 “탄핵된 주제에 뭘 나서나”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그냥 암묵적인 응원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석열 향해 비판 목소리도…이준석 ‘대안’ 거론 드물어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민도 있었다. 수성못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 김모씨(52)는 “(이번 파동으로) 갈라진 보수층의 상처를 아물게 할 사람은 윤 전 대통령밖에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이 나서면 25~30% 되는 지지층은 김 후보가 깔고 갈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만 대선 후보 중 ‘그래도’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체로 사법리스크 등에 따른 ‘반이재명’ 정서가 김 후보 지지의 동력이 됐다. 서문시장에서 신발 좌판을 정리하던 50대 상인 김모씨는 “오늘 신발 1개 팔았다. 5월이 성수기인데 경기가 완전 밑바닥”이라면서도 “대구는 결국 안 바뀐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씨(70)는 “김 후보가 방송을 타면 이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만난 김모씨(68)는 “한덕수가 총리도 했고, 세계 돌아가는 것도 잘 알아서 표를 더 많이 받았을 텐데”라면서 “그래도 국민의힘을 밀어줘야 한다. 이재명은 죄를 많이 지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유세 현장에 나온 이복순씨(71)는 “김문수가 안 되면 이 나라는 사회주의로 간다”며 “거짓말쟁이, 전과자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김문수”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12·3 불법계엄에 대한 구 여권 책임론과 대구의 변화를 언급하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C씨는 “나이 든 사람이나 그렇지, 대구라고 해서 다 국민의힘을 밀진 않는다”며 “나 같은 40대 초반은 이재명을 많이 지지한다. 나도 이재명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그래도 계엄 사태를 일으킨 당인데, 이재명보다 국민의힘을 뽑으라는 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를 김 후보의 ‘대안’으로 거론하는 이는 드물었다. “(주변에 이 후보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별로 안 좋아한다” “이준석도 똑같아 보인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