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8월2일,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문재인정부의 탈시설장애인에 대한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장애인단체는 이번에 발표된 탈시설로드맵 역시 로드맵 실현에 필요한 예산 증액 없이 꼴찌 수준의 기존 장애인예산만으로 장애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온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장연은 이번 발표는 장애인들의 장애등급제폐지, 부양의무자기준폐지, 장애인거주시설폐지의 요구를 담은 박근혜 정권 기간 내내 1,842일의 광화문 지하차도에서의 농성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제시한 장애인에 대한 시설격리·배제정책의 변화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변화를 위한 시작은 의미있다.
신규시설설치금지, 인권침해시설 one strike-out, 시설장애인에 대한 매년 의무적 자립지원조사, 주택과 주거유지서비스 지원 등 의미있는 시작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대한민국에서 탈시설정책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서울시 관할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시설비리 인권침해를 겪은 장애인들이 시설을 탈출하여 마로니에공원에서 노숙하면서 그 당시 오세훈 시장과의 노숙 투쟁을 통해 쟁취한 정책이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시작된 탈시설정책이 문재인 정부 4년을 허비하고 1년을 남기지 않은 시점에 12년이 지나서 이제 겨우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작하고 있다. 너무 늦었다. 그러나 시작을 기대해 본다. 시작은 장애인거주시설 신규입소금지부터 시작하자. 지역사회에 자원을 적극 투자하자.
-너무 무책임하다.
1985년 노르웨이정부는 ‘발달장애인의 생활여건’이라는 제목의 공식보고서에서 "시설에서 발달장애인이 처해 있는 생활 여건은 인간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며 "그러한 상황은 활동의 재조직화나 자원 공급의 증가에 의해 실질적으로 변화될 수 없다"고 보고하였다. 그래서 ‘시설해체법’까지 제정하면서 시설 기반의 서비스에서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로 변화를 국가가 책임지고 진행하였다.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시설에서든, 지역사회에서든’, 발달·중증장애인들이 처해있는 생활여건은 인간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은 용납할 수 없는 발달·중증장애인들의 현실을 외면한 너무나 무책임한 내용들로 발표되었다.
자식을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낸 부모님들과 지금도 가족의 부담이 버거워 자식을 시설로 보내려고 대기하는 부모님들이 ’탈시설은 사형선고다‘라고 외치는 진실은 무엇인가.
-예산없는 권리는 허망하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주택과 24시간 개인별 지원서비스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보장하기 위한 예산 부족 때문에, 이 모든 책임을 개인과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시킨 국가 책임의 부재가 그 진실이다.
국가무책임의 핵심주범은 정부 내에서도 ‘기획재정부’이다. 기획재정부가 OECD국가 꼴찌 수준의 장애인예산으로 장애인과 그 가족을 용납될 수 없는 죽음의 현실로 몰아넣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합법적 살인면허자들인가.
이번에 발표된 탈시설로드맵 역시 로드맵 실현에 필요한 예산 증액 없이 꼴찌 수준의 기존 장애인예산만으로 장애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온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24시간 개인별 지원을 위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얼마나 확충할 것인지, 자립정착금을 얼마나 확보하여 지원할 것인지, 어떠한 유형의 주택을 얼마나 확보하여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등 예산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3만여명의 발달ㆍ중증장애인들은 기획재정부의 예산에 갇힌 보건복지부의 로드맵으로 또다시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설에서 모든 일상을 통제받으며 자신의 존엄을 박탈당한채 살아야 한다.
과연 대한민국 정부는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환경을 변화시키는데 돈이 없는가. 의지가 없는가.
-너무 시간이 길다
1981년 제정된 심신장애자복지법은 장애인들에게는 ‘법을 법이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마음을 담은 휴지조각과 같은 법의 시작이었다. 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배제·격리·감금한 정책을 보호라 치장한 역사였다. 40년 차별의 시간이었다.
2041년. 앞으로 20년이 지나서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발표를 풀이하면 1981년부터 시작된 감옥같은 장애인거주시설의 역사는 60년이 지난 후에 마무리 된다.
‘20년 장애인거주시설현황에서 거주인들의 평균거주기간을 18.9년, 평균연령은 39.4세라는 것을 고려하면, 20년 후의 탈시설 지원계획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40년을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보내야 하며,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오지 못하고 죽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 마무리 기간의 20년은 1980년대부터 서구유럽에서 이루진 탈시설의 기간을 2021년 현재시점에서 돈으로 계산한 산수에 불과하다.
대한민국 사회의 변화, OECD 경제규모, 코로나19 재난시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비참한 격리와 감금의 현실을 생각하면 돈으로 계산한 산수가 아니라 장애인권리의 방정식으로 10년 내 탈시설정책을 마무리 해야 한다.
10년 기간은 국회에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에 제시된 기간이다. 보건복지부는 국회 보건복지상임위 법률 논의에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찬성의견으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누구도 시설에 남겨두어서는 안된다.
2041년 탈시설지원을 마무리하고도 계속 존속시키겠다는 전문서비스기관(24시간 지원 필요 장애인 대상)과 공동형주거지원(그룹홈)은 장애인거주시설이다. 이름만 장애인거주시설을 주거서비스제공기관으로 바꾼다고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탈시설이 아니라 시설소규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탈시설추진은 대한민국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이행해야할 대한민국의 장애인거주시설소규모화 정책은 탈시설정책으로 그 기준을 위반하고 있다.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시설에 남겨둘 수 없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공동거주시설에 해당하는 소규모 그룹홈은 탈시설이 아님을 명확하게 하였다.
정부는 2041년경에는 60% 상당의 장애인이 공동형주거지원으로 옮겨갈 것이라 발표하였다.
정부의 탈시설 정책 주요 추진 방안은 사실상 '시설소규모화'인 것이다. 탈시설은 장애인들이 거주시설에서 나와 1인 1실을 보장하고, 장애당사자가 개별 분양·임차 계약 등을 통해 당사자의 선택과 주거결정권이 보장되는 것이 기본조건이다. 기본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권리도 개념도 없는 ‘무개념’ 탈시설로드맵
1981년. ‘법을 법이라 부르지 못한’ 전두환 정권의 심신장애자복지법.
2021년. ‘탈시설을 탈시설이라 부르지 못하는’ 문재인정부의 탈시설로드맵.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국가권력의 무시, 대한민국 사회의 무관심이 낳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탈시설’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인권기준이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실체적 권리이다. 보건복지부는 ‘탈시설’ 개념을 혼탁하게 만들고, ‘탈시설’ 권리를 법률적으로 명시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은 혼탁한 무개념 탈시설이다. 족보도 권리도 찾을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배제와 격리를 적절하게 탈시설 일부정책과 혼합한 한국판 개념에 불과하다. 무개념이 상팔자인가. 관료들의 상팔자로 발달·중증장애인의 권리는 썩은 동아줄이 되어간다.
-‘탈시설을 탈시설로’, ‘권리를 권리답게’
탈시설을 권리로 인정하고 개념을 법률적 용어로 명시하라는 요구는 지금까지 ‘시설을 기반한 서비스’를 ‘지역사회를 기반한 개인별서비스’로 대전환을 국가책임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발달·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개인별지원서비스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으며 안전하고 평범하게 살아갈 환경을 만들면 된다. 그 과정이 탈시설로드맵의 내용이어야 한다.
이미 탈시설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시설로드맵 계획이 그 변화의 역사에 힘이 되는 시작이길 바란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국회에 발의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함께 통과시키는 것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