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샛별오름 핑크뮬리 /사진 제주 고두승 제공 |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가을이 되면 제주 오름주변과 전국에는 붉게 물든 외래종 핑크뮬리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제주시 샛별오름 주변에는 핑크뮬리가 오름과 조화를 이루어 등산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핑크뮬리는 생태계 위해성 평가 2급을 받아 환경부가 식재를 자재하고 있다.
핑크뮬리(Pink Muhly Grass)는 ‘벼과 식물로서 미국 중부와 서부 등 따뜻한 지역의 평야나 길가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며, 조경용으로 식재된다.’고 적혀있다.
모래나 자갈이 많고 배수가 잘 되며, 약간 건조한 트인 지대와 해가 잘 드는 따뜻한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붉은 색 혹은 자주색으로 9~11월에 개화하며, 습한 기후나 더위, 가뭄 등을 잘 견딜 수 있고,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5년 전 제주도에 처음 들어왔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어딜 가나 그것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 얼마나 환경적응이 빠르다는 뜻인가. 이 추세로 간다면 수 년 내에 전국의 볕이 좋고 공기가 잘 통하는 언덕이나 공원 등에는 빈자리 없이 분홍색 풀로 뒤덮일 것 같은 유쾌하지 못한 예감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꽃과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로, 지방자치단체마다 같은 꽃을 대상으로 경쟁적으로 축제를 벌이는 모습이 지나칠 정도라 싶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래식물인 핑크뮬리가 지자체가 관리·운영하는 수목원이나 생태공원, 하천변 등에 광범위하게 자리를 펼치고 축제까지 열리고 있다니, 그것이야말로 황제대접이 아닌가 싶다.이미 분홍으로 물든 제주, 서울, 부산, 경주, 함안, 고창 등 각지의 축제현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들이 SNS(Social Network Service) 공간에 자랑스럽게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만지면 으스러질 듯 여리고 어여쁜 축제의 주인공이 외래식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긴 방금 잠에서 깨어난 어린아이 같은 순진무구한 모습이 관심을 끌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아니냐고 반문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핑크뮬리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도 어떤 이유나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식물들에게 주는 피해가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립생태원은 매년 2천700여종의 외래생물에 대한 전국 분포를 조사하며 확산세가 특이하게 커지는 등 눈에 띄는 외래생물에 대해서는 정밀 조사를 한다.
핑크뮬리 또한 최근 몇 년간 지자체에서 식재를 확대하면서 확산세가 커져 정밀 조사를 했고, 그 결과 생태계 위해성 2급 판정을 받았다.
생태계 위해성 2급은 우리 생태계에 당장은 해롭지는 않지만, 더 퍼지면 알 수 없으니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국립생태원의 '외래생물 정밀조사' 보고서에는 구체적으로 "핑크뮬리의 자연생태계 침입성은 낮은 것으로 보이나 초기 기온 및 수분 조건이 양호하면 야외에서 발아할 수 있다"며 "핑크뮬리 자연생태계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핑크뮬리가 핑크빛에서 회색으로 변하는 11월 중순에는 모두 수거해 소각해야 하며, 제거 작업 동안 종자가 산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당장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우리 토종 식물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기에 더 이상의 확산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댑싸리의 위해성을 평가한 적이 없기에 환경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외래생물이 국내에 수천 종 존재하는 만큼 유입된 지 오래됐다고 해서 다 평가하는 것은 아니고, 확산세가 커지는 등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 진행한다"고 말했다.
다만 댑싸리의 경우 식물방역법상 잡초로 등재돼있기 때문에 중복 관리를 방지하기 위해 환경부가 외래생물로 지정하지 않고 농촌진흥청에서 관리할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억새와 쑥 등 농작물이 아닌 대부분의 식물은 잡초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잡초라고 해서 모두 유해하다는 뜻은 아니다"며 "기관에 따라 식물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농진청 쪽에서는 농경지에 피해가 의심되면 추가 조사해 위해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고, 다른 기관에서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식물의 위해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