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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체육

'등대 내가 부르는 간절한 이름’

하석현 기자 입력 2023.07.05 18:17 수정 2023.07.06 06:05

쉽게 만날 수 없는 영해표지 사진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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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산업행정뉴스=하석현기자]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산속등대미술관은 (재)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2023년 민간문화시설 기획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등대 내가 부르는 간절한 이름’으로 섬 문화 탐방작가 국영수 등대 사진전이 8일부터 8월27일까지 진행된다.등대를 찾아떠나는 여행모임인 비오는 도시 피렌체 그리고 뜰을 이끌고있는 국영수작가는 이십 칠년을 파도와 함께 휩쓸리며 우연한 만남으로 마음이 더해져 바다와 등대가 인연이 되어, 전국 백색등대 334기를 찾아 우리 영해의 시작점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설치된 영해표지가 있는 영해 27곳을 모두 완주했다.

이번 전시는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된 일반인들이 찾기 힘든 등대급 등표와 노을 등 아름다움이 녹아든 작가의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서로 우리나라 영해 중 서남해 끝자락에 있는 간여암, 최서남단 가거도 영해표지, 소령도 영해표지로 쉽게 만날 수 없는 표지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원태연박물관장은 “전시회를 통해 우리가 가볼 수 없는 영해와 오랜 시간 동안 영해표지와 등대에 쏟아 부은 열정을 산속등대미술관에서 색다른 경험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전시 오프닝 행사는 율려춤 이귀선, 판소리 신이나, 시낭송시인 최영희, 야니 김도연의 연주로 7월8일 12-2시에 진행되며, 전시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18시까지 이며 월, 화는 휴관한다.

등대를 찾아 떠나는 여행 모임인 비오는 도시 피렌체를 이끌면서 동안에 우리나라 백색 등대 334개 중 329개를 만나왔다. 그 많은 등대가 있던 자리 중 섬에 있는 등대는 꼭 있어야할 자리에 있다는 것과 등대가 선 자리는 가장 아름다운 자리였다는 공통점을 찾아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등대를 찾아 여행한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파도와 함께 휩쓸려 지나갔다. 우연한 만남에서 마음이 더해져 인연이 된 바다와 등대, 등대는 그대로인데 나만 세월따라 나이가 더해져 환갑에 이르고 있으니 세월 참 유분수다.

등대 섬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섬을 찾아갈, 벗어날 여객선을 기다리고, 행여 섬에 갇히는 날은 강풍이 멈추길 기다린다. 그래서 등대섬을 다니면서 섬은 시간을 견디는 일임을 알게 되었다.

등대 여행이 즐거운 것은 새로운 등대를 향한 호기심과 돌아갈 집을 향한 그리움이 함께 공존하기에 더욱 등대 여행에 빠져 가는지도 모르겠다.


루소가 걷기는 고독한 것이며, 자유의 경험, 관찰과 몽상의 무궁무진한 원천, 뜻하지 않는 만남과 예기치 않은 놀라움이 가득한 길을 행복하게 즐기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듯이 나 역시 등대섬을 찾아 다니면서 얼마나 내가 행복한지를 알게 되었다.

등대섬에서 뜨는 달은 매일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남을 알게 되었고, 지친 여행에 친절한 동행이 되어주었음을, 새벽녘 뜨는 달은 앞길을 밝혀주고, 늦게 뜨는 달은 고독함을 달래주고 있음을 등대를 찾아다니면서 도시의 밤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소중한 풍경들이다. 또한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나만 변해가고 있음을 1년에 두어번씩 찾는 만재도 등대에서 느꼈다.

등대가 주는 위안이 의외로 클 때가 있다. 수많은 말보다 바다 한가운데서 동행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갇혀있는 마음에서 떠나 새로운 등대와 만나는 것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가을에 죽굴도 등대길을 오르며 계단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끝자락을 소리를 듣게 되었다. 미완성을 위한 변주곡처럼 조금은 미끄러지면서 나뭇잎 밟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리고 등대 곁에 뒹굴며 가을 햇살을 받아내는 낙엽을 바라본다. 낙엽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감성을 슬며시 꺼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등대에 오르던 계단에서 느꼈던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소소한 느낌들이 가슴속에 있지만,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옛 추억처럼 가져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공복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동안의 익숙했던 세계를 과감하게 떨치고 나서야 만날 수 있는 어쩌면 미지의 시간이면서 그것은 어쩌면 내가 살아가면서 앓아야 하는 하나의 계절 이름인지도 모른다.

등대섬을 주말마다 찾아 다니면서 그동안 알고 지냈던 지인들과 이어주던 마음의 끈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걸 피부로 느낀다. 주말 여행 탓에 이어져야할 인연의 시간들을 만들지 못해 소식이 끊기고 만남이 부족해 인연의 끈이 잘리는 아픔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는 좀 더 깊은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문득 열하일기의 내용이 떠오른다. 이별할 때 그 장소가 어디냐에 따라서 괴로움은 더 커지는 것이다. 물이 있는 곳이 바로 그러한 장소이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등대섬을 떠나올 때는 바다와 언제나 이별을 하고, 새로운 만남을 가져오게 할 장소임을 알기에 다시 찾게 되고 괴로움 보다는 그리움이 더 커지는 듯 하다.

등대는 추억이다. 기억에 박힌 맛 유전자는 나이 들어 잊히기는커녕 향수가 되어 끝내 병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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