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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회는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후퇴가 아니라 갈등과 환경피해 사전 예방을 위한 입법에 힘써야

4차산업행정뉴스 기자 입력 2024.09.27 14:45 수정 2024.09.27 14:49

환경단체 논평

 

 


 

[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22대 국회 정기회(9월 26일)에서 환경영향평가법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의 주요 골자는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을 심층사업과 신속사업으로 구분하여 신속사업으로 분류될 경우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생략하도록 한 것, 그리고 환경부장관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조정 요청 권한에 사업자가 불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본 개정법률안이 시행된다면,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 불신은 더 커질 것이라 우려된다. 개정안의 취지대로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사업에 일률적으로 평가 절차를 적용하는 것을 불합리한 것으로 판단하여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간소화시키고, 환경부장관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조정 요청 권한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은 그동안 환경단체와 지역대책위들이 요구해 온 제도개선방안과는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제도를 후퇴시키는 개정이다. 

 

환경영향평가법을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며 경직된 것으로 해석하며 제도 완화를 요구해 온 개발사업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이라는 무소불위식 권력앞에 버팀목을 잃은 환경정책과 제도를 또 다시 목격한 인상이다.

 
우선 본 개정안은 사업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이 되는 현행 제도를 환경영향 정도에 따라 평가 및 협의 절차를 차등화하여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의 경우 심층평가로, 환경에 경미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신속평가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심층평가, 신속평가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것이며, 더더욱 문제는 신속평가대상으로 분류되면 환경영향평가 절차, 즉 환경영향평가 항목.범위 등의 결정,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의 작성, 주민등의 의견수렴,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및 협의 요청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심층평가라 해서 현행에 비해 크게 달라지는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요건만 갖추면 개최하도록 되어 있는 공청회를 의무화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심층평가로 분류된 사업대상지는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큰 지역이 포함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합동현지조사나 갈등조정협의회 개최와 같은 유의미한 장치도 보장하고 있지 않다. 환경영향평가가 내실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환경부장관이 환경정보나 환경현황조사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정도의 수사를 덧붙여 놓았을 뿐, 현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신속평가라는 이름으로 환경영향평가 절차 생략의 근거를 마련한 개정안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본 개정안은 환경부장관의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조정 요청 사항에 대해 사업자에 이의신청권을 부여하고 있다. 환경부장관의 보완·조정 요청에 대해서는 승인기관장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르도록 되어 있던 현행 문구를 삭제하고 환경부장관의 보완·조정 사항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 조정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현재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민주적 통제를 위해 주민들에게 이의제신청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외면되어 왔다. 

 

이런 가운데 사업자에게 이의신청권을 부여한 것은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으로서 주민 갈등과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정하기 보다, 사업자 입장만을 반영하는 편파적인 환경영향평가제도 운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항 신설은 단지 환경부의 권한을 개발사업자에게 일부 삭제당한 것에 다름아니다.

 
금번 개정안에는 저가 대행계약 문제 해결을 위해 발주시 환경부장관이 고시한 환경영향평가 대행비용 산정기준을 준수하도록 하였다.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이것이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부분적인 것이다. 

 

저가발주는 환경영향평가 부실을 초래해지만, 거짓부실평가서 작성의 근본 원인은 사업자가 직접 발주하고 대행자가 대신 작성하는 구조에 있다. 사업자 우위의 환경영향평가 대행체계에 의한 평가서의 독립성 침해가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실추시키는 요인이다. 이 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법개정이 필요하다.

 

금번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법률안의 주요 내용에는 144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대책위로 구성된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의 제도개선방향이 담기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가 국토 난개발로 인한 환경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본래 법 제정 목적과 취지에 부응하도록 해야 한다. 객관적인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도록, 개발사업과정과 환경영향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가 보장되고, 그 과정에서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이 확보되도록 국회가 법률정비에 나서야 한다.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갈등과 논란의 중심에 놓이고 있는 현실에서 국회의 역할은 매우 중대하다. 국회가 시민사회와 더 많은 논의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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