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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경북 산불 피해가 한달로 접어들고 있다. 31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7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4,000여 동의 주택이 소실되었으며, 산림 피해는 9만 헥타르에 달한다.
이처럼 피해가 막심한 상황임에도 산림 당국은 철저한 원인 분석과 정책적 반성을 뒤로 미룬 채, 낡은 방식의 대책에 매몰되어 있다.
산림청은 산불 진화를 위해 임도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북 산불은 임도가 없어서 지상 진화가 어려웠던 것이 아니다. 실제 산지 곳곳에는 지방도로와 농어촌도로 등 그물망처럼 도로망이 퍼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이 도로들에 진화대를 투입하지 않았다. 경북 산불 9일간 산림청의 공중 진화대, 특수진화대, 경북도의 산불특수진화대의 동선을 확인해 보면 이미 있는 도로에도 진화대를 투입하지 않았음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임도가 없어서 지상진화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임도는 산사태 위험이 매우 높으며, 산림청은 이러한 위험조차 관리하지 못한 채, 여전히 임도 확대를 대책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번 산불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처방이다.
경북 산불은 산림청 등 정부가 진행해 온 기존 산림관리 방식으로는 대형 산불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여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산림관리는 임업경영을 중심으로 예산과 조직이 편성되어 왔다. 숲은 단순한 자원 공급지가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보루다.
그러나 정부는 이 기본적인 인식을 외면한 채, 수익성과 효율성만을 앞세워 침엽수 위주의 경제림 조성과 무분별한 벌채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지금의 숲은 화재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로 방치되어 있다.
이번 산불 피해가 이렇게까지 커진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산림 전반이 오랫동안 산불에 취약한 구조로 방치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지 못한 산림정책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산불을 잡겠다면서 숲의 조성과 관리는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수종 중심의 경제림과 인공림 조성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펴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연림과 인공림을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생태기반적인 산림관리 체계로의 전환이다. 산불에 탄 숲을 다시 심는 것보다 먼저, 왜 불탔는지 물어야한다.
우리나라 산림의 다수는 수종 다양성이 낮다.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중심의 침엽수림 비중이 높은데, 소나무림은 그 자체로 수지 함량이 높아 발화가 용이하고, 화재 확산 속도가 빠르다.
이러한 지적은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산림청은 산불에 취약한 숲에 대한 관리계획 수립이나, 위험지대에 대한 대책 마련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오지 않았다.
수종 다양성을 높이고, 산불이 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소화시설 등 선제적인 예방조치를 시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재난 대응책은 마련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임도를 건설해야 한다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산불 피해를 통해 소나무 중심의 산림구조가 다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1/4이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류로 구성되어 있다. 더 이상 소나무류를 조림 수종으로 심지 않아야 한다.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산불에 취약한 숲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책임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녹색연합은 이번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잘못된 산림관리, 부실한 재난 대응 시스템, 그리고 구조적으로 취약한 산림 환경에 기후위기가 겹쳐지며 발생한 복합 재난이다.
우리는 그에 걸맞은 철저한 원인 규명과 실질적인 대책, 그리고 명확한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