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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병래 |
그 시인
김병래
시 10편을 30분만에
거뜬히 쓴다고 큰 소리치던
그 시인은 나에게
성님 같은 분이었다
때로는 내 시를 보고
악평도 했다가
호평도 했다가
내 시에다 덧칠을 해
망쳐놓기도한
무척 다정한 시인이었다
며칠전 전화로 초승달이
뜨는 날 달맞이 고개에서
막걸잔을 비우자던 그 시인이
간밤에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날아왔다
폐암으로 갔다는 것이다
나도 그에게 30분 만에
시 10편을 쓰는 법을
배우고 싶었거늘
언젠가 그 시인이 부채살에 직접써 나에게 준 그의 시 한구절이 떠오른다
긴긴밤 생과 사를 한데
묶으니 섬돌 같은 그리움이 가슴 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