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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예비역들은 민주당을 '되는 집'으로 찍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예비역 장교들, 특히 예비역 장성들은 대선 때면 무리 지어 대선 캠프에 투신한다.
정치와 가깝다는 교수, 법조인, 기자보다 훨씬 일찍, 압도적으로 많이 군집한다.21세기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는 기현상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안보 이미지 강화 효과와 결집된 표를 챙기기 위해 예비역 군인들을 환영하고, 그들에게 낙하산 일자리를 무더기로 안겨준다.
해당 기관의 능력자들은 뒷전으로 밀린다. 낙하산 일자리를 꿰찬 예비역들을 통해 권력의 정치가 군에 이식된다.
그러다가 대한민국이 맞은 비극이 바로 12·3 비상계엄이다.
예비역들이 선택한 캠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예비역들의 낙하산 일자리 천국이 펼쳐진다.
캠프의 권력서열 1위는 통상 국방부 장관을 차지한다. 차관, 정책실장, 대변인 등 국방부의 고위직도 캠프의 예비역 몫이다. 이들 서넛만으로도 안보실과 협력해 현역 장교들의 인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
잘 싸우는 군인보다 연줄에 강한 군인에게 진급의 기회를 준다. 보훈부, 병무청, 경호처, 안보실의 넘버 1, 2의 자리도 캠프의 예비역 장성들에게 돌아간다
군과 국방부 유관 기관도 캠프 예비역들이 점령군처럼 장악한다.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연구원, 국방기술품질원,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신속원, 전쟁기념관, 국방홍보원, 정신전력원 등이 대표적이다. 현역 때 경력은 따지지 않고 자리를 나눈다. 각 기관의 수장뿐 아니라 주요 직위들도 캠프 출신 예비역들이 맡는다.
캠프의 예비역들은 방위산업진흥회, 항공우주산업협회 등 방산 유관 단체에도 내려가 고위직에 앉는다. 한참 더 있다. 군 관련 학술단체들도 캠프 예비역들이 독식한다. 방산업체들은 사외이사나 고문 자리를 캠프에 상납한다.
예비역 장군들은 해당국 언어도 모르고 외교적 감각도 없으면서 외국 대사 2~3 자리에 기용된다.
김용현이라는 뒷배 믿고 유난히 예비역 장성들이 기승을 부린 윤석열 정부에서는 호주, 콜롬비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나이지리아, 동티모르, 피지 등에 예비역 장군들이 대사로 나갔다.
이렇게 눈에 띄는 예비역 몫의 자리만 대충 헤아려도 50개 이상이다. 2~3년 임기 만료 뒤 교체를 감안하면 약 150개 자리까지 가져갈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월 500만 원 이상 연금이 보장되는 예비역들이 대다수이지만 각각 기관의 인사권를 좌지우지하는 정치적 권력 놀음에 맛들려 낙하산 일자리를 소망한다.
군 관련 골프장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태릉, 남수원, 처인, 동여주 등 골프장의 사장은 예비역 준장이, 골프장의 이사는 예비역 중·대령이 틀어쥔다.
이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자리도 많다. 예비역 장군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캠프발 낙하산 일자리는 물경 300~400개 이상이다. 이에 기생하는 민간인 낙하산 일자리는 부지기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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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대표이사에는 왜 예비역이?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를 조립하는 경남 사천 KAI의 조립동, 적재적소의 인사가 아니다. 대선 캠프에서 뛰었던 예비역 장성들은 "대선 후보와의 관계, 계급과 연공에 따라 예비역 캠프 내 서열이 정해지고, 그 서열 순으로 원하는 자리를 꿰찬다"고 입을 모은다.
캠프 출신 예비역의 기용에 법적인 근거는 없다. 능력 본위도 아니다. 힘의 논리로 알짜를 차지하는 전근대적 방식이다. 실력으로 진검승부하는 내부 승진, 퀀텀점프를 꿈꾸는 외부 수혈의 기회를 싹부터 자르는 악습이다.
예비역 낙하산이 장악한 기관에서 성장,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비역 캠프의 낙하산 투하처 중 최악으로 꼽히는 곳이 우주항공 전문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 KAI이다. KAI의 강구영 대표이사는 김용현 전 국방장관과 임관 동기이자 친구, 캠프 동지이다. 둘 다 합참 본부장을 끝으로 함께 군문을 떠났다.
국방 상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권력이 막강했던 김용현 덕에 KAI 낙하산이 가능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KAI 낙하산은 대표이사 한 명이 전부가 아니다. "낙하산 부대가 비처럼 내렸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길 정도였다. 공군 인사장교 출신이 KAI 살림을 총괄하는 이사에, 국정원 출신이 윤리경영 책임자에, 패션과 일본어에 정통한 퇴직 언론인이 홍보 고문에 각각 임명되었다.
중간 관리자급에도 예비역 낙하산들이 스며들었다. 낙하산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KAI의 주가는 강구영 대표가 취임한 2022년 9월 6월 6만 2천 원에서 현재 7만 원 후반대이다.
같이 폴란드 잭팟을 터뜨린 경쟁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의 주가가 10배 이상 오르는 동안 KAI 홀로 옆걸음질했다. 매출액 상승률도 미미하다. 이 정도 되니까 낙하산을 숙명으로 여겼던 KAI 임직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KAI를 살리기 위해, 대한민국 우주항공의 미래를 위해 차기 KAI 대표이사는 진짜 우주항공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디어 KAI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민생 살리기를 위하여 이미지 확대하기 2023년 2월 대통령에게 진급신고하는 장군들 몰려드는 예비역을 정치가 흡수하는 1차적 이유는 신속한 결집에 따른 표의 보장이다.
헌재의 파면 선고 이틀 만에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예비역 장교 거의 100명이 모였다.
또 며칠 만에 몇 배로 불어난 예비역들이 나설 태세를 갖췄다. 그들이 뭉쳐 표 몰이하면 수천표 확보는 기본이다. 병역 미필 대선 후보는 별들의 호위를 더욱 반긴다.
별 몇 개씩 단 예비역들을 병풍처럼 세워 놓으면 안보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안보 후광 효과이다. 실체 없는 이미지일 뿐이다. 안보는 예비역이 책임질 수 없다. 단언컨대 나라를 지키는 것은 현역 장병들이다. 예비역 장군들 중에 숨은 보석 참군인도 더러 있다.
참군인 예비역들은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대선 캠프에 얼씬거리지 않는다. 삼고초려라도 해서 모셔야 하는 예비역은 캠프 밖에 있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순수한 통찰력으로 무장한 젊은 예비역 군인들도 주목해야 한다.
보수, 진보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은 민생 살리기이다.
KAI,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방위산업진흥회, 항공우주산업협회 등에 예비역 대신 내외부의 국방과학과 방산 고수들을 기용하면 방산 경쟁력은 해외 전쟁에 기대지 않고도 강화돼 경제에 보탬이 된다. 국방부, 안보실, 국방홍보원 등에 적격의 전문가를 수장에 앉히면 안보는 튼튼해진다.
각 기관의 구성원들은 승진의 희망으로 일할 맛 나고, 능력있는 외부 인사들은 훌륭한 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 대선의 승패는 예비역들이 몰고 온다는 몇천 표로 갈리지 않는다.
민생 살리기를 위하여 그 몇천 표 포기하면 경제와 안보를 뒷받침해 민생을 알뜰하게 챙길 수 있다.
오히려 군부의 구습, 예비역들의 대선 결집 관행에서 탈피하는 정치 혁신의 노력에 유권자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12·3 계엄을 겪었으니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한국방송기자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