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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김국우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68개국 및 유럽연합(EU)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지난 7일 0시1분(현지시각. 한국시각 오후 1시1분) 본격 시행된다.
지난 4월2일 ‘해방의 날’에 주요 교역국 제품에 고율관세 부과란 일방 선언 뒤 유예와 협박, 협상을 거듭하며 전세계 무역 구도를 뒤흔든 지 127일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명한 행정명령을 통해 한국·일본·유럽연합 등에는 모두 15% 관세율이 적용된다. 미국 상대로 무역 적자국에는 10%, 흑자국은 15%로 상호관세율 원칙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협상이 미결된 국가에는 그 이상의 관세율을 정했다.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스위스는 기존 예고보다 높은 39%, 대만은 4월 예고 때보다는 낮은 20%가 적용됐다.
하지만 실제 유럽연합은 기존 관세를 포함해 15%인 반면, 한국·일본 등 여타 국가들은 기존 관세에다 15%가 추가 적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거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무관세를 적용받아 온 한국은 13년 만에 15% 상호관세를 물게 됐다. 4월부터 선박을 통한 미국 수입상품은 통관 기간을 고려해 10월 5일부터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미국 수입 물량의 절반 이상이 해상운송 품목이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휴전’은 오는 11일 종료되지만, 트럼프 관세전쟁은 일단락되지 않았다. 러시아엔 8일까지 우크라이나와의 휴전 동의를 하지 않으면, 러시아와의 교역 국가에 최대 100%에 달하는 ‘2차 관세’ 부과를 압박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현재로선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5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수입 땜에 25% 관세가 부과되었다.
다음은 품목별 관세도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CNBC에서 “다음주 반도체 관련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의약품은 “처음엔 약간의 관세 부과를, 1년이나 최대 1년반 뒤엔 150%, 또 250%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에 100%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임을 밝혔다.
“많은 기업이 다른 지역을 떠나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 제조 중이거나, 확실하게 미국 내 생산을 약속한 기업에는 고용·생산 규모에 관계없이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입 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애플이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3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이는 애플이 당초 발표한 투자 계획보다 1000억 달러가 증액됐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지난해 반도체 산업의 대미 수출액은 106억8000만 달러(약 14조8000억원)로 전체 수출 품목 중 3위에 기록됐다. 반도체의 대미 수출 비중은 7.5%로 이는 중국(32.8%)이나 홍콩(18.4%)보다는 적지만, 다른 국가를 거쳐 수출되는 경우도 많아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 중 미국 내 공장을 둔 건 삼성전자로 파운드리 팹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메모리는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미국과 무역 협상으로 반도체와 의약품 품목 관세에 대해 최혜국대우(MFN)를 약속받았다고 밝혔으나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현재 애플뿐 아니라 여러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약속한 상태다. 대만의 TSMC는 총 16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를 약속했으며, 엔비디아는 향후 4년간 인공지능 인프라에 500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뉴욕과 버몬트의 시설 확장을 위해 160억 달러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