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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서남권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루 65만 톤의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발표했다.
동복댐 증고, 주암댐 수리권 조정, 나주댐 농업용수의 산업용수 전환 등을 통해 용수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수자원의 활용 방안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 자연생톄계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되며, 용수 공급 세부 방식과 일정을 해당 기업과 협의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농민, 주민, 지역사회와 협의할 것을 요구한다.
댐의 계약량과 실제 사용량의 차이를 반영해 수리권을 재조정하겠다는 방향은 시민사회도 제안해 온 내용이다. 다만 그 결과로 확보되는 물은 특정 기업만을 위한 자원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우선 활용되어야 한다.
또한 수리권 조정은 다른 지역의 인구 증가와 미래 산업 유치 등 필요한 물 이용 기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역 주민과 농민, 지방정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되어야 한다.
동복댐 증고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댐을 높이면 상류 지역의 추가 수몰이 불가피해지고, 산림과 생태계 훼손, 야생동물 서식지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동복댐 상류는 산림 비율이 높은 지역인만큼 생태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한편, 2023년에 봄가뭄으로 동복댐 저수율이 크게 낮아지며 물 부족을 겪었다. 강우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 조건인 만큼, 댐 증고만으로 안정적인 용수 확보를 장담할 수는 없다.
또한 나주댐 용수의 산업용수 전환도 문제다. 정부는 나주댐에서 공급하던 농업용수를 영산강 용수로 대체하고 절감된 댐 용수를 반도체 산업단지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영산강의 수질은 농업용수로도 활용이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영산강 수질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제시되지 않았다. 산업을 위해 깨끗한 물을 가져가고 농민에게는 상대적으로 수질이 낮은 물을 사용하라고 한다면 이는 정의로운 물 배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이번 방안이 국가물관리기본계획과 유역물관리종합계획 등 법정계획과 어떻게 정합성을 갖는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국가의 물 배분은 최상위 국가계획과 유역계획에 근거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특정 산업단지를 위해 사후적으로 물 배분을 변경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법정계획을 형해화하는 셈이다. 계획이 정책의 기준이 되어야지 필요에 따라 언제든 뒤집어서는 안된다.
이번 발표는 정부 물 정책의 일관성에도 의문을 남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기후위기 물 부족을 이유로 신규 댐 14곳 건설을 추진하더니, 이제는 기존 수리권 조정과 댐 운영 개선만으로도 대규모 산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같은 부처, 같은 부서에서 정권에 따라 물 부족의 해법이 크게 다르다. 이는 정책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반도체 산업은 중요하지만, 물은 기업만의 자원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과 지역의 물 이용권, 농업, 생태계 보전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정부는 공급 가능한 물이 있다며 선언에 그칠 것이 아니다. 공급 세부 방식과 일정을 해당 기업과 협의할 것도 아니다.
한정된 물을 어떤 절차로 배분하는 것인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환경적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되는지, 해당 지역 농민, 주민, 지역사회에 충분히 설명해야 하며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