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열사병과 열탈진 등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9일까지 누적 환자는 412명, 추정 사망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전국 응급실 참여 의료기관의 신고를 토대로 한 잠정 통계로, 이후 집계 과정에서 변동될 수 있다.
올해는 감시체계 운영 첫날인 5월 15일 서울에서 80대 남성이 온열질환으로 숨지는 사례가 신고됐다. 당시 서울의 최고기온은 31.3도까지 올라 이른 무더위에도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위험이 크다는 경고가 나왔다.
-온열질환이란
온열질환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돼 체온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급성질환이다.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포함된다. 질병관리청은 매년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약 500개 응급실을 통해 발생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리고 어지럽거나 두통·메스꺼움·무기력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열사병은 체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의식이 흐려지거나 경련을 일으킬 수 있는 응급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고령자와 농촌 주민 위험 높아
2011년부터 2025년까지 신고된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267명 가운데 60세 이상이 65.2%를 차지했다. 사망 장소는 논밭 30.3%, 길가 14.6%, 집 안 14.2% 순으로 나타나 농작업자뿐 아니라 냉방이 어려운 주거환경의 고령자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 심뇌혈관·당뇨·신장질환 등 만성질환자, 야외근로자, 농업인, 배달노동자, 어린이와 임신부는 폭염에 취약하다. 술을 마신 뒤 야외활동을 하거나 장시간 마스크·보호장비를 착용하는 경우에도 체온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
-주민과 노동현장의 호소
건설·물류·배달 현장에서는 작업 일정과 소득 문제 때문에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촌 지역에서도 고령 농업인이 혼자 논밭에서 일하다 쓰러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마을 단위의 안부 확인과 작업 중단 안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쪽방과 반지하, 옥탑방 등 냉방 취약주택 주민들은 “선풍기만으로 실내 열기를 견디기 어렵다”며 냉방비 지원과 무더위쉼터 운영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온열질환은 실외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2025년에는 실내 발생도 전체의 20.8%를 차지했다.
-폭염 건강수칙
질병관리청은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물을 자주 마시고,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야외 작업과 운동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시원한 장소에서 충분히 쉬고, 외출할 때는 양산·모자와 밝고 헐렁한 옷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신장질환 등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받는 사람은 의료진과 먼저 상의해야 한다.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시원하고 깨끗한 물, 냉방시설이나 그늘,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도 2026년 사업장 폭염 대응지침과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배포하고 현장 대응을 당부했다.
-환자 발견 시 응급조치
환자가 발생하면 우선 그늘이나 냉방이 되는 장소로 옮기고 옷을 느슨하게 한 뒤, 젖은 수건·얼음주머니·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혀야 한다.
환자의 의식이 분명하면 물이나 이온음료를 조금씩 마시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이 흐리거나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면 기도로 넘어갈 수 있으므로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의식 장애, 경련, 뜨겁고 건조한 피부, 심한 구토가 나타나면 열사병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체 없이 응급실로 옮겨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음 대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폭염 취약계층의 방문·전화 확인, 무더위쉼터 야간·주말 운영 확대와 이동수단 지원, 건설·택배·물류·농업현장의 작업시간 조정 및 휴식 보장, 쪽방·반지하 주민 냉방용품과 전기요금 지원, 농촌 마을방송과 재난문자를 통한 한낮 농작업 중단 안내, 온열질환 발생 사업장에 대한 현장점검과 재발방지 조치를 해야한다.
질병관리청과 기상청은 기상자료와 온열질환 발생자료를 결합해 전국과 시도별 위험 수준을 당일부터 사흘 뒤까지 4단계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 폭염일수가 많았던 해일수록 온열질환자가 증가하는 경향도 확인돼 사후 치료보다 사전 경보와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사회재난이다. 정부는 쉼터 개수나 문자 발송 실적에 머물지 말고, 실제 취약계층이 냉방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
사업장에서는 생산성과 공사 일정보다 노동자의 생명을 우선해 작업 중지와 휴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역사회도 혼자 사는 노인과 야외에서 일하는 주민을 수시로 확인하는 ‘폭염 돌봄망’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