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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기후위기비상행동 민주주의 왜곡하는 탄소중립위원회 규탄한다

서정용 기자 입력 2021.08.06 11:25 수정 2021.08.06 11:36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와 탄소중립시민회의 출범에 부쳐에 대한 성명서 발표


기후위기비상행동은8월 5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이 공개되자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작년 가을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정부 차원의 밑그림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또한 탄소중립위는 8월 7일 출범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필두로 산업계, 노동계, 시민사회 등의 폭넓고 심도있는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가겠다고 밝혔다. 

 

마치 각 분야 전문가들의 ‘압축적이고 심도있는 검토’를 통한 시나리오 수립과 각계 각층의 의견수렴을 통해 민주적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포기와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깝다.

먼저 탄소중립위가 제시한 3개의 시나리오 중 2개는 탄소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상으로도 탄소중립에 도달하지 못하는 구상을 들고 와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탄소중립위 스스로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조직인지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유지하는 시나리오(1안)에 대해 탄소중립위는 석탄발전 조기중단은 ‘법적 근거와 보상 방안 마련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럴거면 ‘전 사회적인 구조의 획기적인 전환’, ‘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성 마련’과 같은 말은 입에도 담지 말아야 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모두, 탄소중립에 이르는 이행경로가 없다. 오직 2050년이라는 특정 시점과 현재가 비교될 뿐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지금 당장 줄여나가며 배출제로까지 이르는 중간 지점일 뿐이다. 

 

2050년 탄소중립보다 2050년까지 30년 동안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대폭 줄이는 게 우리의 과제이다. 마법같은 과학기술이 등장해 2050년 탄소중립이 달성된대도 2049년까지 지금처럼 배출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실패한다. 그래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훨씬 중요하지만 탄소중립위는 일언반구도 없다.

 
왜 이렇게까지 무책임한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등장하는가. 기후위기의 원인을 화석연료라는 에너지원과 시민들의 무분별한 소비문화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법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거나 핵발전을 유지하고 ‘무탄소신전원’을 도입하겠다는 게 된다. 

 

산업부문 에너지 수요 감축은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다. 거대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소 기술’, ‘차세대 바이오 연료’와 같은 미래 기술이 개발되어야만 하고 화석연료가 내뿜는 탄소는 ‘탄소포집이용저장(CCUS)’기술을 개발해 해결하겠다고 한다. 

 

위험하고 현실성 없는 ‘미래 기술’이 ‘혁신성 원칙’ 아래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 ‘책임성 원칙’을 내세우며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아닌 시민들의 행동양식 변화를 요구한다. 기후위기의 책임은 오로지 ‘이윤축적’을 위한 ‘성장’만을 추구해온 기업과 자본 그리고 정부에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여기에서 출발해야 했다.

 
이렇게 황당하고 무책임한 시나리오를 한 달간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게 ‘탄소중립시민회의’의 역할이다. 만 1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 연령, 성별을 비례할당해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위원 500명의 온라인 토론과 설문은 시나리오에 대한 ‘여론조사’를 벗어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정을 거쳐 기후위기 대응을 사실상 포기한 시나리오들이 ‘시민참여’을 통해 민주성과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처럼 호도되는 것이다. 이는 ‘시민참여’가 아니라 ‘시민동원’이다.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되는 ‘탄소중립시민회의’는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우습게 만들어버리고 결국엔 민주주의를 왜곡한다.

 
황당하고 무책임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이렇게 졸속으로 ‘시민참여’와 ‘의견수렴’이 기획되고 진행되는 것이다. 

 

만약 기후위기의 책임이 정부와 자본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에 착수하려 했다면, 탄소중립위원회도 탄소중립시민회의도 이렇게 구성되었을 리 없다. 

 

산업계는 변화의 대상일 뿐이며, 변화의 주체는 기후위기 시대를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지닌 시민들이다. 현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검토될 가치조차 없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 대폭 상향을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고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한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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