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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다음 '관세 폭탄 대상이 아시아 국가일 거란 우려가 커지자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2.52% 내린 코스피지수가 표시돼 있다. |
[4차산업행정뉴스=김국우논설위원] 지난 3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다음 ‘관세 폭탄’ 대상이 아시아 국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 때문이다.
한국 산업계도 트럼프 2기 공식 출범 후 이른바 '트럼프 관세 포비아'가 현실화 되면서 향후 닥쳐올 충격과 리스크가 커졌다. 포비아(Phobia)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공포와 두려움을 뜻한다. 실제보다 두렵거나 피하려는 현상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달러, 에너지, 물류, 제해권 등 5대 분야 패권을 지키고 ‘2030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규모 제1위를 노리는 중국’을 강력 견제하려는 국정 전략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트럼프 2기'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 1기'보다 더 강화되기 때문. 수출 양대 축인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우리 기업들이 도약할 업종인 조선과 방위산업, 원전 등이 수혜주로 떠오른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조선업 경쟁에서는 364척의 해군 전투함이 필요한데 미국 조선업 붕괴로 동맹국인 한국과 협력이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섰다.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 이후 네 번째의 고환율이다.
3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8722억원 순매도 등으로 2.52% 급락한 2453.95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이후 다시 25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하락한 종목은 무려 2226개(80.9%)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2.67% 하락한 5만1000원이었다. ‘4만전자’였던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가장 낮다. 이날 오후 이재용 회장이 법원의 무죄 소식보다는 급변하는 대외 환경이 더 크게 작용했다.
특히 미국이 ‘관세전쟁’의 다음 목표로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겨냥했고 대미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컸다. 트럼프 2기는 반도체관세 부과에다 보조금 지급에도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외국인비중이 49.99%로 50%가 깨진 것이다. 2023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에 이어 관세 폭탄까지 맞은 자동차와 2차전지 업종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포스코퓨처엠과 LG에너지솔루션이 직격탄을 맞고 각각 9.66%, 4.40% 급락한 것이다.
아시아증시에서 대만 자취안지수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각각 3.53%, 2.66% 급락했다. 아시아 국가 중 관세 사정권에 든 일본 한국 대만 베트남 등은 대표적 대미 무역 흑자국가이다. 특히 베트남은 대미 수출흑자가 중국 멕시코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1월 베트남 대미수출흑자는 1,131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일본도 무역흑자(626억 달러)를 냈으며, 세계최대반도체 파운드리TSMC의 대만도 흑자(674억 달러)였다. 한국(603억 달러)은 6위에 올랐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가상자산 시장이 이틀 새 675조원이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이틀 새 11% 급락, 9만1000달러가 됐다.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이다.
비트코인이 급락하며 주요 가상자산들도 약세를 이어갔다. 이더리움이 26.8% 폭락했고, 솔라나가 19.7%, 리플이 30.6%, 도지코인도 33.0% 급락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이틀 새 2조9900억 달러로 4600억 달러 감소했다.
이번 글로벌 ‘관세포비아’는 국내 증시에 당분간 불확실성으로 크게 작용할 것이다. 과격한 관세정책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로 금리인하도 어려워지면서 증시를 압박할 것이다. 2018년 초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자 2600선에 육박했던 코스피지수는 같은 해 10월 1996선까지 급락했었다.
국내 증시급락에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는 다른 나라 주가가 오를 땐 상승을 못하면서 약세장에선 온갖 악재를 다 반영 한다" 며 한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