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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김국우 논설위원] 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00원대로 급락하며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절상 영향에 한 때 1391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처음이다.
환율 급락의 핵심 배경은 미·중 무역 협상 기대감이 꼽힌다. 원화는 위안화와 높은 연동성으로, 미·중 관계 개선에 민감하다. 국내 정치 불안과 연휴 전 리스크 회피 심리도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Fed·연준 의장에게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중앙은행 독립성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화의 가치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안전 자산으로 알려진 금 시세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월 21일 기준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98.29로,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달러 투자자금이 안전 자산통화로 몰리며 스위스 프랑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0.804달러까지 내렸다. 2015년 1월 이후 약 10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달러가치가 3년이래 최저 수준까지 급락과는 대조적으로 원화값은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과 트럼프 관세 타격 우려,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으로 제자리걸음이다.
4월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는 7거래일째 1420원을 중심으로 박스권을 이어갔다. 전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DXY)는 2022년 3월 31일(97.69) 이후 처음으로 98 아래로 떨어졌다. 2022년 3월 원·달러 1220~1230원대와 간격이 크다.
최근 글로벌 자금 수요가 달러에서 금과 엔화 등으로 이동하며 달러가치 급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전날 장중 온스당 3500달러를 넘어섰다. 달러당 엔화 값도 전날 한때 139엔대였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달러 급락에도 원화값은 글로벌 위험 회피 성향과 국내 저성장 우려, 미국 관세에 대한 중국의 위안화 약세 전략 등으로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은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미.중 갈등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화값 향방은 단기적으론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2+2 통상 협의' 결과와 이달 24일 발표되는 1분기 GDP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 따라 원화 강세 압력도 예상된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도 기대된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1년 만에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었다.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미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 93.0이던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은 지난달 89.3으로 4.0% 급락했다. 주요 20개국(G20)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자국의 통화가 세계 여러 나라 화폐와 비교해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무역 비중과 여러 나라 통화의 교환 비율과 물가 차이를 반영한다. 미국이 인위적인 원화 절상을 요구한다면 상당한 시장 충격이 있을 수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연초 대비 달러화 가치가 10% 넘게 하락했음에도 원·달러 환율에는 절반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이 환율을 방위비 협상과 엮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사실 한국정부는 원화가치를 높이려했어도 인위적으로 내린 적은 없다. 외환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환율 하락 유도를 위해 111억74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전날 전체 거래에서 환율 장중 고점은 1440.0원, 저점은 1391.5원이었다. 변동 폭만 48.50원에 이른다. 2020년 3월 19일(49.90원) 이후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극단으로 치닫던 글로벌 무역 갈등이 돌파구를 찾아가면 원화도 빠르게 절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원화 절상 요구도 있을 수 있어,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감이 커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