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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따오기가 맺어준 인연…‘새 박사’ 윤무부 교수를 추억하며

서정용 기자 입력 2026.08.19 22:31 수정 2026.08.19 23:01

제주 철새도래지에서 만난 유럽검은따오기
“특종 소식”이라던 윤 교수의 목소리…KBS 9시뉴스 헤드라인으로
광릉숲 따오기 소식에 다시 떠오른 평생의 탐조 열정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발행인]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천연기념물 따오기가 처음 관찰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오래전 한 사람이 떠올랐다.

                    '새 박사' 고 윤무부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우리나라 야생조류 연구와 대중화에 평생을 바친 ‘새 박사’ 고 윤무부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다.

나와 윤 교수의 인연도 따오기에서 시작됐다.

KBS 기자로 제주에서 근무하던 당시 철새도래지를 탐방하며 카메라를 들고 새들을 관찰하던 중 낯선 조류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유럽검은따오기였다.

희귀한 철새의 출현을 확인한 뒤 카메라에 담았고 정확한 고증이 필요했다. 당시 국내 조류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져 있던 윤무부 교수에게 연락했다.

윤 교수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조류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하면서 “특종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서 촬영한 유럽검은따오기 영상과 윤 교수의 인터뷰를 토대로 제작된 보도는 KBS 9시뉴스 헤드라인으로 방송됐고 당시 적지 않은 화제가 됐다.

기자에게 특종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때 더욱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름 모를 새 한 마리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의 고증을 받고, 그것을 국민에게 전달했던 취재 과정이었다.

윤 교수와의 인연 역시 그렇게 시작됐다.

■ 새를 찾아 평생 현장을 누빈 사람

윤 교수는 책상보다 현장을 사랑했던 조류학자였다.

망원경과 카메라를 들고 산과 들, 강과 습지를 찾아다니며 우리나라에 어떤 새가 찾아오는지 관찰하고 기록했다.

희귀한 새 한 마리의 출현도 그에게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그 새가 어디에서 왔으며 왜 우리나라를 찾았는지, 무엇을 먹고 어디에서 쉬어가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며 자연환경 보전의 필요성을 알렸다.

그러한 열정 때문에 많은 국민은 그를 학자의 직함보다 친근한 ‘새 박사’로 기억한다.


■ 수십 년 뒤 다시 만난 ‘따오기’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2026년 8월, 경기도 포천 광릉숲 국립수목원에서 천연기념물 따오기 한 마리가 처음으로 관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던 따오기가 복원사업을 통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 이제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국립수목원에서 촬영된 따오기 사진을 바라보면서 제주 철새도래지에서 카메라를 들고 새를 쫓았던 당시가 떠올랐다.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희귀조류의 의미를 설명하며 “특종”이라고 반겨주던 윤 교수의 목소리도 다시 생각났다.

한 마리의 새가 수십 년의 시간을 이어준 셈이다.

■ 기록하는 사람과 연구하는 사람

기자는 현장에서 사실을 발견하고 기록한다.

학자는 그 사실의 의미를 연구하고 증명한다.

당시 유럽검은따오기 취재가 제대로 보도될 수 있었던 것도 현장의 영상과 전문가의 고증이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바로 찾아보기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현장에서 처음 보는 새를 발견하면 전문가의 확인은 취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이었다.

윤 교수는 그런 현장 기자들에게 든든한 조류 전문가였다.

그의 설명 한마디는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한 사실을 정확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해주는 고증이었다.

■ 따오기는 다시 날고, 사람은 기억으로 남는다

이제 윤 교수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평생 찾아다녔던 새들은 오늘도 한반도의 하늘을 날고 있다.

광릉숲에 날아온 따오기 역시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희귀한 새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그 새들이 먹이를 찾고 쉬고 번식할 수 있는 자연을 우리는 제대로 지켜주고 있는가.

윤 교수가 평생 새를 관찰하며 국민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도 결국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제주 철새도래지에서 유럽검은따오기를 촬영했던 한 기자와 그 영상을 고증해주었던 한 조류학자의 인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광릉숲의 따오기 한 마리가 그 기억을 다시 불러냈다.

따오기는 다시 우리 하늘을 날고 있다.

그리고 새를 사랑하며 평생 현장을 누볐던 ‘새 박사’ 윤무부 교수도 우리나라 야생조류의 기록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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