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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제주 바나나, 30여 년 만의 재도전…‘하와이 노지재배’에서 저수고·저난방 기술로

서정용 기자 입력 2026.08.26 15:37 수정 2026.08.26 15:48

-과거 수입개방·높은 시설비에 무너진 제주 바나나 산업
-제주농업기술원, 감귤하우스 활용 가능한 ‘제주형 저수고 바나나’ 개발 추진
-겨울 난방비 절감이 관건…감귤농가 “소득성·판로 입증돼야 전환 가능”
-이군보 제주도지사 시절 하와이 마우이 현장까지 살폈던 바나나 산업, 다시 시험대

 

 

제주 시설하우스에서 재배되고 있는 바나나. 바나나는 일반적으로 키가 커 기존 감귤하우스 활용에 한계가 있어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저수고 품종과 겨울철 난방비 절감 생산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주도청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발행인]      제주 바나나가 30여 년 전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재배기술을 앞세워 다시 한번 제주 농업의 소득작목에 도전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이 기존 감귤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저수고 바나나 품종과 겨울철 난방비를 낮추는 생산기술 개발을 추진하면서 하우스 감귤농가에서도 새로운 대체·보완 작목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제주 바나나는 이미 한 차례 급격한 성장과 몰락을 경험한 작목이다.

제주농업기술센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바나나 재배면적은 1983년 0.2㏊에서 1985년 25.2㏊, 1989년 209㏊까지 확대됐다. 1985년에는 ㎏당 4,000~6,000원 수준에 거래되며 이른바 ‘황금작물’로 평가됐지만, 수입개방 이후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1992년에는 일부 시기 ㎏당 가격이 646원까지 내려갔다.

제주의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컸다. 제주 관련 기록에는 1989~1990년경 바나나 재배면적이 약 440㏊, 생산량이 2만t을 넘어섰던 것으로 나타난다. 1990년 바나나 조수익은 약 544억원으로 당시 제주 전체 농업 조수익의 9.7%를 차지하면서 감귤에 이은 주요 소득작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1년 바나나 수입개방을 전후해 상황은 급변했다.

값싼 수입 바나나와 시설재배 제주 바나나의 가격 경쟁은 사실상 어려웠다. 제주농업기술원 관련 자료에는 바나나 수입개방 이후 기존 바나나 재배시설 약 440㏊가 감귤 재배시설로 전환됐다고 기록돼 있다.

특히 당시 바나나를 재배했던 농민들에게 겨울철 난방비와 높은 시설투자비는 큰 부담이었다. 

 

제주라고 해도 바나나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겨울철 시설재배와 온도 관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 이군보 제주도지사 시절 ‘하와이 바나나’를 직접 보다
당시 제주 농업계에서는 해외 바나나 주산지의 생산환경과 제주 시설재배의 경쟁력 차이를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본지 발행인의 당시 현장취재 기억에 따르면 이군보 제주도지사 재임 당시 제주도청 출입기자단과 함께 미국 하와이와 마우이를 방문해 넓은 지역에서 노지로 재배되는 바나나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하와이에서는 제주와 달리 대규모 노지재배가 가능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제주에서 막대한 시설비와 겨울철 난방비를 투입해 생산하는 방식으로는 해외 바나나와 가격 경쟁을 벌이기 어렵다는 현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제주 바나나 산업은 수입개방과 생산비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급격히 축소됐다. 제주지역 바나나 재배가 1990년 440㏊ 수준까지 확대됐다가 수입개방 이후 급감했다는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 바나나 시설이 오히려 하우스 감귤 기반으로

역설적으로 과거 바나나 산업의 몰락은 제주 시설감귤 확대와도 연결된다.

제주농업기술원 자료는 1990~2000년대 하우스·만감류 확대 과정에서 바나나 수입개방으로 기존 바나나 시설 440㏊가 감귤 시설로 전환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30여 년 전에는 ‘바나나 → 감귤’ 전환이 이뤄졌지만, 이제 농업기술원이 개발하는 저수고 품종이 경제성을 확보할 경우 일부 농가에서는 기존 감귤하우스를 활용한 ‘감귤 + 바나나’ 또는 바나나 전환재배 가능성을 다시 검토하게 되는 셈이다.


■ 이번에는 무엇이 다른가

과거 제주 바나나 실패의 핵심 문제는 단순히 품종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수입산과의 가격 차이, 높은 시설비와 난방비, 겨울철 재배조건, 유통·판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이번 제주형 바나나 개발의 성패 역시 ‘제주에서도 바나나가 자라는가’가 아니라 ‘수입산과 차별화하면서 농가가 실제 소득을 올릴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기존 바나나는 키가 높아 감귤하우스 활용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저수고 품종 개발은 시설투자비를 줄이는 데 의미가 있다. 여기에 겨울철 난방비를 낮출 수 있는 재배기술까지 확보된다면 과거 제주 바나나 산업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생산비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

■ 하우스 감귤농가, 기대와 신중론 교차

하우스 감귤농가 입장에서는 관심을 가질 만한 대목이다.

기존 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바나나를 재배할 수 있고 난방비까지 낮출 수 있다면 감귤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소득작목 선택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농가의 실제 전환 여부는 10a당 시설개조 비용과 난방비, 예상 생산량, 농가수취가격, 감귤과 비교한 순소득, 수입 바나나와의 가격 차이, 안정적인 계약판매 여부가 확인된 뒤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제주산 바나나는 맛과 신선도에서는 경쟁력이 있었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2006년 제주에서 바나나 재배가 다시 시도됐을 당시에도 농협 관계자는 제주산 가격이 외국산보다 약 2배 높아 소비자의 평가가 사업 성공의 관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농업기술원의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신품종 개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생산비 절감과 함께 농협·대형마트·학교급식·온라인 직거래 등 안정적인 판로까지 연결하는 산업화 전략이 필요하다.

■ 30여 년 전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조건은

제주 바나나의 역사는 우리 농업이 수입개방과 생산비 경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1980년대 ‘황금작물’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던 바나나는 불과 몇 년 만에 가격경쟁력을 잃었다. 제주농업기술센터 자료에서도 1990년대 수입개방 이후 바나나가 불과 몇 년 사이 사실상 자취를 감춘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30여 년 전 제주 농정 관계자와 기자들이 하와이 마우이의 노지 바나나 재배현장을 바라보며 확인했던 것은 해외 산지와 제주가 처한 생산조건의 근본적인 차이였다.

이제 제주 농업은 같은 바나나를 놓고 전혀 다른 방식의 도전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노지재배 국가와 생산량이나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저수고 품종, 기존 감귤하우스 활용, 난방에너지 절감, 완숙과 생산과 신선도 등 ‘제주형 고품질 바나나’로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제주 바나나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하우스 감귤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지는 앞으로 실증재배를 통해 확인될 생산비와 농가소득, 그리고 소비자가 제주산 바나나의 가격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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