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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이재명 정부가 현행 배임죄를 폐지하는 대신 ‘재산범죄에 관한 특례 처벌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란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관련 특례 조항을 구성 중이며, 정부안이 법사위에 보고되면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하고 있는 안과 함께 논의해 당정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기업이 과감한 투자를 할 때 배임죄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재벌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부당합병 등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시킨 중대한 사건들에서 배임죄가 책임 추궁의 최소한의 수단이 되어왔던 점을 간과하는 것이다.
경실련은 여러차례 배임죄 폐지 추진이 어렵게 강화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취지를 무력화하고 자본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배임죄를 폐지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징벌배상, 디스커버리, 집단소송법 등을 완비하여 기업이 단순히 이익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향과 가치를 고려하는 경영을 하도록 하고 건전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하도록 하는 방안이 더 시급하다.
한국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현실에서 배임죄는 경영자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중요한 장치이며, 실제 총수 일가의 편법승계·일감몰아주기·부당합병 등과 관련하여 책임을 묻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이를 폐지한 뒤 일부 행위유형만을 열거하는 특례법으로 대체할 경우, 지금까지 판례를 통해 축적된 규율 범위에 공백이 생기거나 새로운 형태의 사익편취와 회사재산 침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현행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정상적인 경영판단까지 형사책임의 위험에 노출시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해법이 곧바로 배임죄 폐지일 수는 없다.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과 사익을 위한 위법한 의사결정을 구분할 수 있도록 배임죄의 구성요건을 보다 명확히 하고, 고의와 임무위배의 판단기준을 구체화하며,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제한하는‘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게까지 확대하는 등 경영진의 책임성과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놓고, 다른 한편에서 그 의무를 위반한 중대한 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의 기본 틀을 허무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배임죄의 불명확성과 과잉형사화를 개선하는 것과 기업의 소유지배구조문제에서 필요한 책임규율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경제형벌의 합리화를 추진하려 한다면 배임죄를 먼저 폐지할 것이 아니라 집단소송제 확대,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제도와 증거개시제도 도입 등 민사적 책임추궁 수단을 충분히 마련하고, 그 위에서 형사책임의 범위와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실제 민주당 법사위도 지난 7월 배임죄 폐지법과 함께 집단소송법을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책임강화 장치를 뒤로 미룬 채 배임죄 폐지만 선행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명분으로 배임죄 폐지를 밀어붙여선 안 된다. 정상적인 경영판단을 보호할 필요성과 지배주주·경영진의 사익추구 및 회사재산 침해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양립할 수 있으며, 배임죄의 문제점은 폐지가 아니라 구성요건과 적용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여당은 배임죄 폐지 추진을 중단하고, 배임죄 관련하여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둥 구성요건의 명확화 등을 먼저 고려해야한다.
집단소송·징벌배상·증거개시제도의 실질적 도입 등 기업경영의 책임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종합적인 제도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2026년 8월 3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