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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사유림 산주가 먼저 보호구역 지정 요청…

서정용 기자 입력 2026.09.06 07:20 수정 2026.09.06 07:26

-평창 운두령·질골 산림생태축 보호 기반 마련
-산주의 자발적 보호구역 지정 요청과 정부의 국유림 추가 지정으로 민관협력 새로운 사례 사유지 자발적 보호구역 지정

 

 

토지소유자가 정부에 요청한 대상 지역은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운두령·질골 일대.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토지소유자가 자발적으로 정부에 요청해 보호가치가 높은 사유림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와 함께 인접 국유림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새로운 민관협력 사례가 만들어졌다.

대상 지역은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운두령·질골 일대이다. 질골 사유림 가운데 노동리 산94-산98 일원 286,847㎡가 2025년 12월 12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며, 2026년 7월 31일 229,116㎡가 추가 지정됐다. 이에 따라 총 515,963㎡, 약 51.6ha의 사유림이 「산림보호법」에 따른 평창 질골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관리된다.

이번 지정의 가장 큰 특징은 사유림 산주인 초록원 법인이 산림의 생태적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사유림 보호구역 지정에 이어 산주와 녹색연합은 2026년 3월 질골 상류에 위치한 국유림에 대해서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산림청은 현장조사와 산림생태계 조사를 거쳐 2026년 7월 24일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산1-2번지 일대 국유림 1,473,000㎡, 약 147.3ha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질골의 사유림에서 상류 국유림을 거쳐 운두령과 계방산으로 이어지는 산림생태계가 하나의 보호구역 축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강 산줄기의 핵심 생태축, 운두령·질골

평창 운두령·질골 일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충분한 생물다양성과 생태적 가치를 지닌 지역이다. 이곳은 오대산과 계방산에서 운두령·보래산·회령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핵심 지역으로, 홍천과 평창의 경계를 이루는 산림지대다. 한강 수계의 주요 분수령을 형성하는 산줄기로서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계방산과 운두령을 거쳐 서쪽으로 이어지는 광역 산림생태축의 중요한 구간이다.

특히 백두대간과 한강 유역의 산림을 연결하는 생태적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보전 가치가 높다. 넓은 천연림과 산림계곡이 연결되어 있고 사람의 거주와 개발이 적어 야생동물의 이동과 서식에도 유리한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운두령 북쪽 홍천지역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호가치가 인정돼 왔다. 북부지방산림청은 1985년 9월 운두령 일원 약 12,631,963㎡, 1,263ha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사스레나무, 모데미풀, 백작약 등 다양한 희귀식물이 분포하고 산양, 담비, 수달, 하늘다람쥐, 붉은박쥐 등 보호가 필요한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평창지역 보호구역 지정으로 기존 홍천 운두령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평창의 운두령 국유림, 질골 사유림이 서로 연결되면서 운두령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이어지는 광역적인 산림생태계 보호 기반이 한층 강화됐다.

차고 맑은 산간 계류와 천연림…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

운두령에서 질골로 이어지는 계곡은 오대산에서 계방산을 거쳐 회령봉으로 이어지는 한강 산줄기에서 발원하는 산간 계류이다. 상류 산림이 잘 보전돼 있어 여름철에도 수온이 낮고, 용존 산소가 풍부하고 깨끗한 수환경을 유지한다. 계곡에는 차고 깨끗한 산간 계류를 대표하는 양서류인 꼬리치레도롱뇽이 서식한다. 산림은 빗물을 저장하고 천천히 흘려보내는 자연적인 저수지 역할을 하며, 질골 일대는 산림생태계 보전과 함께 한강 수계의 맑은 물 발원지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운두령·질골 일대에서는 약 300종의 자생식물이 확인됐다.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을 비롯해 금강애기나리, 태백제비꽃, 히어리 등이 분포하며, 고광나무, 고려엉겅퀴, 병꽃나무, 할미밀망 등 한국 특산식물도 확인된다. 특히 계곡부를 중심으로 할미밀망이 다수 분포한다. 인접한 계방산의 고지대에는 주목,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등 고산성 침엽수림이 발달해 있으며, 운두령 일대에는 사스레나무, 돌배나무, 신갈나무 등이 어우러진 자연성이 높은 산림이 형성돼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환경도 우수하다. 운두령·질골 일대에는 수달, 삵, 담비,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꼬리치레도롱뇽과 까치살모사 등 다양한 양서·파충류도 관찰된다. 2025년 5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녹색연합이 무인센서카메라를 중심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수달과 Ⅱ급인 삵·담비 등 주요 포유류의 지속적인 서식이 확인됐다.

운두령을 중심으로 계방산과 보래산으로 이어지는 해발 1,200m 이상의 산줄기에는 자연성이 높은 산림이 넓게 분포한다. 사람의 거주와 개발이 거의 없는 산림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중요한 서식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오대산국립공원에서 계방산과 운두령을 지나 보래산으로 이어지는 산림은 대규모 국유림과 보호지역이 연속적으로 존재하는 국내에서도 중요한 산림생태축이다. 이 지역의 연결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국유림 관리의 중요한 과제이다.

산주 보호 요청하고 정부가 호응한 새로운 보호지역 모델

평창 질골 사례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보호구역 지정의 출발점이 민간 산주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보호구역 지정은 정부와 행정기관이 대상지를 발굴하고 지정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그러나 질골에서는 사유림 소유자가 자신이 소유한 산림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하고 먼저 국가에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산주는 사유림 상류의 국유림까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으며, 산림청이 생태조사를 거쳐 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는 주민과 토지소유자가 생물다양성 보전의 주체로 참여하고 정부가 이에 호응해 보호지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유림과 국유림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생태계와 생태축이라는 관점에서 보호지역을 연결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유림의 자발적 보호 참여가 갖는 의미

30×30은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상·내수와 해안·해양의 최소 30%를 보호지역과 기타 효과적 지역 기반 보전수단(OECM)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전·관리하자는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이다. 단순히 보호지역의 면적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지역을 우선 보호하고, 보호지역 간 연결성을 높이며 실질적인 보전·관리 효과를 확보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의 약 63%가 산림인 우리나라에서 30×30과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림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국유림과 공유림뿐 아니라 전체 산림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사유림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산주가 스스로 산림의 보전가치를 인정해 보호구역 지정을 요청하고, 정부가 인접 국유림까지 보호구역으로 연결한 평창 질골 사례가 갖는 의미는 크다.

보호지역을 고립된 ‘점’으로 지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유림과 사유림, 기존 보호지역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산림생태축으로 관리하는 것은 앞으로 국내 생물다양성 정책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방향이다.

보호구역 지정은 보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평창 운두령·질골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는 희귀·특산식물의 분포와 변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과 이동, 계곡 수생태계, 고산·아고산 산림의 변화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존 홍천 운두령 보호구역과 평창 운두령 국유림, 질골 사유림을 개별 보호구역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생태축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산림청과 산주, 지역사회,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지속적인 조사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창 운두령·질골 보호구역은 산림생태계와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는 공간인 동시에 한강의 맑은 물이 시작되는 발원지이며, 백두대간과 한강 유역의 산림생태계를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사유림 산주의 자발적인 보호 참여와 정부의 국유림 보호구역 확대가 결합된 이번 사례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에 보호지역을 어떻게 확대하고 연결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다. 

 

앞으로 운두령·질골 일대를 중심으로 민관 협력이 지속되고 실질적인 보호·관리와 모니터링이 뒤따른다면, 평창 운두령은 우리나라의 30×30 목표 실천과 산림 생물다양성 보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현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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