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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4차산업행정뉴스기자] 지난 토요일, 여의도에서 불꽃축제가 열렸다. 한화측이 밝힌 불꽃축제의 행사비는 130억원 가량이다. 축제가 진행된 70분으로 단순 환산하면 10초마다 3천만원 이상을 하늘에 쏘아 올린 격이다.
2000년부터 매년 이맘때 열리는 이 행사를 한화는 사회공헌사업이라 규정한다. 기업의 이윤 추구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공공의 가치로 환원하는 것이 사회공헌인데, 전쟁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폭약을 이용해 축제를 여는 것을 과연 사회공헌이라 말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중동·북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에 자주포·다연장로켓·미사일방어체계 핵심장비를 판매했다. 한화가 직접 공개한 계약 규모를 보수적으로 합산해도 약 9조 원 규모다. 그중 UAE에 판매된 천궁-II는 2026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에 투입됐고, 실전에 투입됐음이 다수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으며, 국회 역시 이를 공식 확인했다.
또한, 유엔의 무역 통에 따르면 한화는 이스라엘에 탄약과 포탄 등의 무기를 수출한 바 있고, 이스라엘의 방산기업과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화는 지난 8월에는 미 육군과 첫 대형 자주포 사업 계약이 이루어졌음을 직접 홍보했다. 한화는 이 순간에도 세계의 전쟁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고 있다.
무엇보다 전쟁은 어떤 방식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죽음을 국지적으로 쏟아 붓는다. 그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은 7만명을 넘겼고, 이번 중동 전쟁으로 이란과 레바논 등지에서 사망한 사람은 8천명에 육박한다. 2026년 9월 현재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9월 1일 이란 내 목표물을 다시 공습했고, 9월 5일에는 이란 유조선 세 척을 공격했다. 뉴스는 매일 이 비극을 중계하고 있다.
같은 시간, 히말라야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재난이 일어났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8월 26일, 네팔과 중국 접경 지역에서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발생한 초대형 홍수로 9월 7일 현재 네팔에서만 최소 1,380명이 숨지고 5,500명 이상이 실종됐다.
히말라야 지역을 연구해온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는 기후변화가 히말라야 빙권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빙하 붕괴와 홍수, 산사태 같은 복합재난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밝혀왔다. 네팔 정부 역시 이 재난의 주요 원인을 기후위기로 보고, 주요 탄소배출국들에 ‘기후 피해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재난과 전쟁산업은 별개의 문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전쟁은 그 자체로 거대한 탄소배출원이다. 영국의 환경단체 CEOBS에 따르면 세계 군대의 평상시 활동에 따른 탄소발자국만 연간 약 27억5천만 톤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5.5%인데,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하면 세계 4위권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실제 전쟁에서 배출하는 양은 제외된 값이다.
이처럼 세계의 군수산업과 전쟁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주요 배출원이다. 기후위기가 히말라야의 재난위험을 증가시켰으므로, 막대한 탄소를 내뿜는 전쟁산업은 기후취약지역의 위험을 증폭시킨 데 막중한 책임이 있다.
이 동시성의 대비는 섬뜩하다. 한쪽에서는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기후재난 속에서 수천 명이 죽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와 동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에너지와 물가 상승, 이주와 난민, 공공재정과 우리의 일상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이미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올해 고유가피해지원금을 받지 않았던가? 정부의 지원 규모는 4조8천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최근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파병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흐름을 부추기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전쟁산업이다.
불꽃축제는 이런 전쟁산업의 맥락을 표백한다. 화약을 매개로 세계의 폭력과 비극에 직접 개입하는 전쟁산업의 형태에서 정치적·윤리적 맥락을 도려내고 만들어진 이 축제는 불꽃의 스펙터클한 이미지만을 소비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폭발음, 섬광, 화약, 정밀한 점화와 발사 같은 군사적 감각은 가족, 연인, 가을밤, 희망, 추억의 언어로 다시 디자인된다. 당장 오늘 어딘가의 폭발이 누군가의 터전과 몸을 파괴하는 가운데, 서울 하늘의 폭발과 섬광과 굉음이 희망과 추억으로 포장된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이다.
더구나 이 굉음과 섬광이 쏟아지는 여의도 바로 곁에는 밤섬이 있다. 서울시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고, 그 생태적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일반인의 출입까지 제한하며 보호하는 밤섬에는 수달과 흰꼬리수리, 참매, 매를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천연기념물이 살고, 수많은 철새가 이곳을 먹이터이자 쉼터로 이용한다.
불꽃축제의 생태계 교란 문제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꾸준히 지적돼 왔다. 동물행동학 국제 학술지 《Animal Behaviour》에는 최근 불꽃놀이가 조류의 야간 비행 경로와 서식 환경을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가 게재되었다. 이렇듯 이미 국내외에서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지적한 생태계 교란 문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에 대한 사전·사후 영향을 조사하지 않고 있다.
폭력과 사랑은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 기만이기 때문이다. 전쟁산업을 사회공헌으로 포장하는 불꽃축제도 기만이다. 한화는 이 거대한 기만을 그만 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불꽃축제의 공식 후원 기관으로서 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온 서울시 역시 마찬가지로 막중한 책임이 있다.
서울시는 한쪽에서는 밤섬을 람사르습지이자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보호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 바로 곁의 하늘을 거대한 폭발의 무대로 내어주고 있잖은가? 누군가의 삶과 땅을 파괴하는 전쟁기업의 이미지 세탁을 위해 선량하고 평화로운 하늘을 서울시가 함부로 내어주고 있던 셈이다. 우리가 하늘에 감히 드리워야 할 것은 전쟁산업의 폭약이 아니라 평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