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원도 울진 왕피천에 몰린 관광객 모습./사진 녹색연합 |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녹색연합은 국내 최대 강원도 울진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관리가 무방비다. 환경부의 직무유기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14일 밝혔다.
녹색연합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유입으로 생태계 훼손과 안전사고 위험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2024년부터 생태보전지역의 관리 인력이 사라지면서 핵심지역으로 관광객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리인이 있었던 2023년까지 핵심지역에 관광객의 출입 통제되었다. 2025년 8월 13일. 현재 보전지역 통제 초소마다 문은 잠겨 있고 근무자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10,000ha가 넘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의 관리와 보호가 완전히 중지된 것이다.
이렇게 방치된 것은 2024년 1월부터 환경부와 기획재정부가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역의 관리인 예산을 전면 삭감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관광객의 무분별한 이용에 대한 통제가 사실상 중단되며 왕피천은 '무주공산'에 가까운 곳으로 변모했다.
특히 2024년 여름 휴가철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관리인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이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무분별하게 출입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도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는 왕피천 보전지역 핵심구역에 무단으로 출입한 행락객들의 사진이 즐비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처럼 관리 부재 상태가 지속되면서 왕피천은 생태계 보호 측면에서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불법 야영과 낚시 등을 하는 행락객을 비롯하여 단체로 핵심지역의 물가와 물길 속으로 물놀이를 위해 들어오는 관광객이 생겨나고 있다.
올해는 주말마다 왕피천 하류인 울진 근남면 구산리 상천지구로 단체 관광객이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12일까지 왕피천 상천통제초소에서 불과 200미터 아래의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모니터링했으며, 등산 배낭에 튜브와 물놀이 장비를 착용하고 보전지역 핵심지구의 물속으로 뛰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는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 하기에는 민망한 장면이었다. 왕피천에 관리인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 |
물줄기 중간중간에 수심이 10m가 넘는 곳도 많으며 물속에는 바위와 몽돌 자갈 등이 있는데 매우 미끄러워 골절상, 찰과상 등의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관광객이 물놀이 즐기는 용소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가까운 119소방서가 출동해도 1시간 30분 가량이 소요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국의 모든 바다, 하천, 호수에서 물놀이는 정해진 곳에서 구명장구와 관리인의 통제 지침에 따라서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왕피천과 같은 법적 보호구역의 계곡 하천에서는 수영이 금지되어 있다. 전국의 생태경관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천연보호구역 등 법적 보호구역에서 물놀이가 허용된 곳은 없다.
경북 울진군과 영양군에 걸쳐 있는 왕피천은 국내 최대 규모 생태경관보전지역이다. 2005년 10월 지정되었으며, 면적이 여의도 23배에 달하는 102.84㎢로 북한산국립공원 보다 크며 주왕산국립공원과 비슷한 면적이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2024년 12월을 기준으로 33개가 지정되어 있으며, 전체 합산 면적은 287.383㎢다.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면적은 국내 33개 생태경관보전지역의 36%에 달한다. 산양, 수달, 하늘다람쥐, 담비, 삵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연어와 은어가 함께 회귀하는 하천이다.
원시성 금강소나무와 한국특산종인 꼬리진달래의 최동단 서식지다. 국내 하천 중 비무장지대 이남에서는 가장 청정한 자연하천이다.
왕피천은 핵심지역을 중심으로 협곡으로 이루어진 자연하천이다. 곳곳에 수심 10-30m가량의 소와 저수지 형태의 물길이 산재되어 있다.
특히 상류쪽 영양군 수하리-울진 왕피리 일대와 하류쪽 울진 금강송면 왕피리-근남면 굴구지 일대는 도로도 없고 탐방로도 없는 고립무원의 지역이다.
2005년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외부에 존재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다. 그래서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관광객들의 방문이 거의 없는 곳이었다.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은 기본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되지만, 생태관광을 목적으로 한 지역 주민들의 지속 가능한 탐방 프로그램은 허용된 탐방로를 통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등산 및 아웃도어 어플을 통해서 왕피천이 피서지로 알려지면서 탐방객이 늘기 시작했다.
환경감시원 예산 삭감으로 환경감시원이 운영되지 않기 시작한 첫 해인 2024년, 환경부는 보호지역답게 보호받지 못한 채, 예약탐방 관리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울진 왕피천 계곡을 10월의 생태관광지로 선정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에는 국내 최대규모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우수한 자연경관과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며 해당지역을 소개했다. 왕피천 일대를 담당하는 주무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관리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탐방객들의 안전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없이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 일대를 우수한 생태탐방지로 소개하는 환경부의 모습은 이율배반적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해당 보호지역 전체를 방치하고 있으며 보호지역 지정 당시에 지역주민과 약속한 최소한의 제도마저 운영하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환경부는 주무부처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은 채 해당 지역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는 모습에서, 과연 환경부가 보호지역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 기관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2025년 8월 10일 현재 왕피천 생태경관보전지역은 보호와 관리가 없는 '서류상의 보호구역', 즉 국제사회가 생물다양성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페이퍼 파크(Paper Park)'로 전락했다.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 보호 및 증진의 핵심 과제로 보호구역 지정과 더불어 철저한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국내 최대이자 최고의 생태경관보전지역인 왕피천이 환경부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방치로 관리의 사각지대로 전락하면서 생태계 파괴와 인명 사고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왕피천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관리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