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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전국 106개 시민환경단체는 6일 오전 9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임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임도법)에 대한 국무회의 심의 중단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4월 23일 통과된 임도법이 '산림 재난 대응'과 '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산림 생태계를 훼손하고 산사태 재난 위험을 가중시킬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첫 발언에 나선 이다솜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기후생태위기 시대에 산림은 생물다양성의 보고로서 보전되어야 하지만, 임도법은 임도를 건설하기 용이한 환경을 만든다. 본 법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한 보호대책이 극히 미비하다"며, “보호지역까지 임도 설치의 길을 열며 생태계를 파편화하는 것은 전 지구적 가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사업 추진자가 타당성을 평가하는 자기평가 구조를 법률로서 묵인하는 상태가 된다"며 임도법의 객관성 결여를 지적했다. 또한, "토지 강제수용의 길을 열어두었으나 필요한 토지보상법 별표 개정은 계류되었다. 그러나 임도법 시행 1년 유예 기간 내 토지보상법이 통과될 경우 토지 수용권이 발동될 것 "이라며 국민의 사유림을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비판했다.
이어 한혜원 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은 "검증되지 않은 정책, 부처 간 협업이 부재한 독단적 운영은 숲의 재난을 예방하는 방패가 아니라 오히려 생태계의 파괴를 가속화하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라며, "임업 진흥이라는 명분 아래 보호구역마저 무분별하게 훼손하는 것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의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는 탐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임도법에 대해 먼저 사회적 공론화를 해서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산림 정책이 적합한 것인지, 산불 재난 대응에 어떤 방식이 더 적합한 것인지, 탄소흡수원인 숲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지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공론화를 먼저 해야 한다”이라고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과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전문위원이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 단체는 정부와 대통령에게 세 가지 사항을 강력히 요구했다. ▲대통령은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산림을 파괴하는 임도법에 대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 ▲국무회의는 독소조항으로 점철된 법안의 심의를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 ▲산림청은 과학적 근거 없는 임도 확장 정책을 폐기하고 기존 임도의 안전 점검 및 복원에 집중할 것 등이다.
기자회견문은 다음과 같다,
지난 2026년 4월 23일, 국회는 산림 생태계의 훼손을 가속화하는「임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임도법)을 통과시켰다. 오늘 우리는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이 재난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토목 공사판으로 변할 위기에 처해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전국 106개 시민환경단체는 과학적 근거도, 절차적 정당성도 상실한 임도법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통령의 즉각적인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한다.
본 법안은 ‘산불 등 산림재난 대응’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은 임도가 실질적으로 어떤 진화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25년 경북 산불을 비롯한 대형 산불 사례에서 보듯, 강풍을 타고 확산되는 비화형 산불 앞에서 임도는 무용지물이다. 일부 산불에서 임도를 통한 지상 진화 효과가 있었더라도, 제한적 효과를 위해 전국의 산림을 파헤치는 것은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산림재난 대응의 핵심은 임도와 같은 인프라 중심의 대응이 아니라 예방, 그리고 주민의 신속한 대피와 생명 보호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산지는 해외의 산지에 비해 고도는 낮으나, 경사가 급하고 골짜기가 조밀해 임도 개설 시 과도한 절토와 성토가 불가피하다. 현재의 공법과 예산으로 만드는 임도는 태생적으로 산사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23년 논산과 예천 등지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는 임도의 성토사면 붕괴가 주요 원인이었다. 산불 대응을 핑계로 임도를 무분별하게 설치하는 것은 백두대간과 국유림 곳곳에 산사태 폭탄을 설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산림청은 2001년 ‘환경친화적 녹색임도’를 표방하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내 임도 설치 제한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이를 어기고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곳곳에 마구잡이로 임도를 개설하여 산림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있다. 임도의 ‘전국적 연결’을 목표로 하는 이번 법안은 생태계를 더욱 파편화하며, 기후위기 시대의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전지구적 가치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반환경적 정책이다.
이번 법안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견제와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사업 주체가 타당성 평가위원회를 직접 구성하고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여, 객관적인 검토가 불가능한 ‘사업자-평가업체 종속 구조’를 법제화했다. 하천법, 산지관리법 등 타 법령의 가치를 무력화하는 특례를 부여했다. 임업이 산업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이 계속 변하고 있는 현실에서, 임업을 활성화하려는 명분으로 임도 설치를 추진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다.
나아가 본법 제16조는 토지보상법에 따른 토지 강제수용의 길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이 조항이 작동하려면 토지보상법 별표 개정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동시 발의된 별표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더욱이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조차 본법 제16조 신설에 명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소관 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지수용 조항이 신설되고, 그 작동에 필요한 별표 개정은 누락된 채 본법만 통과된 것은 입법 정합성 측면의 중대한 결함이다.
시민환경단체를 비롯하여 국민들은 임도가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무엇을 위한 기반시설인지 지속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화를 요청했다. 그런데 산림청은 임도 설치 활성화 법을 통과시키고 임도를 마음껏 개설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규 임도의 무분별한 확장이 아니라, 이미 산재한 기존 임도의 안전 점검과 훼손된 산림의 복원이다. 무엇보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헌법에 명시된 환경권을 수호해야 할 엄중한 의무가 있다. 또한, 국무회의는 국가의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최고 정책심의 기관으로서 정책의 타당성과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산림 생태계를 파괴하는 ‘임도법’에 대하여 재의요구권을 즉각 행사하라
-국무회의는 독소 조항으로 점철된 임도법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본 법안을 전면 재검토하라.
-산림청은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산불 방지’라는 기만적 명분을 철회하고, 반환경적인 임도 확장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
환경단체는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산림 파괴로 이어지는 무분별한 개발을 멈추고, 자연과 공존하며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산림 정책으로 즉각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