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환경
|
|
[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송전탑 공사로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기본 공사를 마친 울진 북면 일대의 현장 곳곳에서 지반이 밀리고 토석류가 진행 중이다. 산불 피해 이후 지반이 약화된 곳에서 무리한 송전탑 공사가 이어지면서, 마을과 민가를 위협하고 있다.
녹색연합이 송전탑 공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울진군 북면 일대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기초 공사 완료 후 복구된 지반을 중심으로, 지반 밀림과 토석류의 구체적인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산불 피해로 지지력이 약해진 지반 위에 부실한 복구 공사가 더해지면서 다가올 장마철에 대규모 산사태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기초 공사 후 복구를 마친 21호기 부근은 현재 땅이 주저앉듯 밀려 내려가는 현상이 관찰된다. 성토 사면 상부에는 길이 약 20m에 걸쳐 3~5cm 폭의 균열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반 내부에서 이미 거대한 미끄러짐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전형적인 인장 균열이다. 집중호우 시 최소 500톤 이상의 토사가 계곡 하류 유로를 따라 약 900m 지점에 위치한 민가 5가구를 직접 강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22호기 부지는 지반 밀림 속도가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지난 4월 29일 확인 당시 2~3cm였던 노면 균열 폭이 불과 5일 만인 5월 4일에는 10~15cm의 단차로 확대되었다. 단 며칠 사이에 지반이 어긋난 것이 육안으로 확연히 확인될만큼 밀렸다는 것은 지반의 안정성이 사실상 파괴되었음을 의미한다.
|
|
6월 장마가 시작되면 성토부 전체가 무너져 직선거리 300m 아래의 생활 도로를 덮칠 것으로 보인다. 경사도 40도 이상의 급경사지에 위치한 26호기 철탑 또한 마을 방향으로 토사가 유실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인근 공공시설도 산사태 위험에 직면해 있다. 울진의 대표 관광지인 구수곡휴양림은 상류 송전탑 공사 구간에서 발생하는 토석류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상당리 27호기부터 31호기 구간은 여러 훼손지가 하나의 계곡으로 모이는 지형적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미 5개소 이상에서 토석류가 진행 중이며 일부 토석은 계곡으로 유출된 상태다.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토석류가 산사태로 확대돼 휴양림을 덮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울진은현재 31곳에서 송전탑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 26호기까지는 기본 공사를 마쳤고, 산림 복구 또한 물리적 공사는 완료된 상태다. 그런데 곳곳에서 균열과 지반 밀림 토석류가 발생하고 있다. 한전이 무리한 공기 단축을 위해 부실 공법과 부실 복구를 추진한 결과다.
산지를 이용하고 개발하더라도 산사태나 재해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튼튼하고 안정적인 공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기후부와 한전은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무리한 속도의 ‘빨리빨리’ 공사를 추진하면서 재해 위험을 키운 것이다.
특히 울진 북면 산림 지역 대부분이 22년 3월 대형 산불 피해지로, 지반이 약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속도로 공사를 강행했다. 배수 체계도 없고 사면 안정화도 사라진 송전탑 부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사 전반이 재해 예방과는 거리가 멀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왜 무너졌는지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전문가들은 사면 안정화를 위해 돌쌓기, 석축, 옹벽 등 구조적 지지물과 함께 체계적인 배수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재 공사에서는 이러한 기본적인 안정화 조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단기간 보완 공사로는 산사태 위험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름철 우기 이전에 구수곡휴양림에 대한 이용 제한 또는 폐쇄 조치가 필요하다. 이용객이 많은 시설 특성상, 운영을 지속할 경우 산사태 발생 시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송전탑 공사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중단과 함께 전면적인 재해 위험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절·성토 공법과 사면 안정화 공법 전반을 재검토하고, 행정안전부와 산림청,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 체계를 통해 보다 강화된 안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한편 산사태 대응은 구조물 중심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위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훈련,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고 자동기상관측망 등을 활용해 강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등 비구조물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산사태는 발생 이후 대응보다 사전에 회피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위험 징후가 나타날 경우 선제적으로 대피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
|
우리 사회에서 재난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외면과 무관심이 크게 자리한다. 재난을 감추거나, 원인과 교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재난은 자라난다. 기후부와 한전은 송전탑 부실 공사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재난은 회피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와 대응의 대상이다.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면 위험은 커진다. 책임있는 이들이 앞장서서 주민의 생명을 구하는 심정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