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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행정뉴스=서정용기자] 2026년 10월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이 백성 누구나 쉽게 읽고 쓸 수 있도록 창제한 훈민정음의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오히려 우리말과 한글의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 단지의 이름과 도심 상가 간판, 상품명, 광고 문구 등에 영어와 외국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공언어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아파트 이름, 고급화 경쟁 속 외국어 사용 확산
과거 아파트는 지역 이름이나 우리말을 사용해 주민들이 쉽게 기억하고 찾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는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디에이치 등 다양한 브랜드 이름과 함께 영어식 단어를 조합한 단지명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와 고급 주거단지의 상징성을 강조하기 위해 외국어 명칭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일부 단지 이름이 지나치게 길거나 낯선 외국어로 구성돼 주민은 물론 고령층과 방문객들이 읽고 기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파트 이름은 단순한 상품 브랜드를 넘어 주민들의 생활주소이자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명칭이라는 점에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이름을 사용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 상가 간판에도 외국어… 우리말 안내 부족 우려
도심 상업지역에서는 카페, 음식점, 의류매장, 미용실 등을 중심으로 영어와 외국어를 활용한 상호와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외국어 간판은 젊은 소비자에게 세련된 이미지를 전달하거나 외국인 관광객에게 친숙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외국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는 업종이나 판매 상품을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드는 불편을 줄 수 있다.
특히 고령층과 어린이 등 다양한 계층이 함께 이용하는 생활공간에서는 외국어 상호를 사용하더라도 우리말로 업종과 영업 내용을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외국어 사용 자체보다 무분별한 사용이 문제
국제교류가 확대되는 시대에 외국어 사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외국어 간판과 브랜드는 기업의 영업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 국제적인 시장 경쟁력과도 연결돼 있다.
그러나 외국어를 사용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우리말보다 영어 표현을 우선하거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공공기관과 기업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행정기관의 정책 명칭과 안내문, 공공시설 표지판은 국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을 중심으로 작성돼야 한다.
■ 한글날 기념행사 넘어 생활 속 실천으로
한글날을 기념하는 일은 하루 동안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는 올바른 우리말 사용 교육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공공언어와 간판 문화를 확산하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와 유통업계 역시 외국어를 활용한 브랜드 경쟁에만 집중하기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지역 특성을 살린 명칭을 개발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근본 취지는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글로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한글날 580돌을 맞은 오늘, 우리 사회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글을 정작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